‘동양 사태’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6·사진)의 형량이 항소심에서 크게 줄자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4만여 명에게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현 회장은 22일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대폭 감형됐다. 그러자 재판장이 판결 주문을 다 읽기도 전에 법정은 아수라장이 됐다. 150석의 방청석은 물론이고 선 채로 대법정을 가득 메운 피해자들은 재판부를 향해 “×판이지 이게 재판이냐” “법원 문 닫아라, 유전무죄다” 등의 욕설과 고성을 터뜨렸다. 선고가 끝난 뒤에도 이들은 30여 분간 법정을 나가지 않은 채 항의를 계속했다.
동양인터내셔널 피해자 김흥준 부대표(55)는 “오늘 판결은 동양 피해자들에 대한 사형 판결”이라고 분노했고, 또 다른 피해자 김현희 씨(61·여)는 “건국 이래 최다 피해자, 최대 피해 금액이 발생한 사건인데 진짜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대한민국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날 공판에서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기업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함께 기소된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58)은 징역 5년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이사(50)는 징역 3년 6개월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각각 선고돼 1심보다 절반 가까이 형량이 줄었다.
재판부는 동양그룹의 1차 구조조정이 실패로 돌아가 현 회장이 부도를 예견할 수 있었던 시점을 2013년 8월 중순으로 보고, 그 이전에 발행된 CP 및 회사채 발행과 판매에 따른 사기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공소가 제기된 2013년 2월 22일부터 2013년 9월 17일까지 판매된 CP 및 회사채 가운데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한 달도 채 안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유죄로 인정된 피해금액도 1조2958억 원에서 1708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동양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이미 제기해놓은 민사소송에서 피해배상 판결을 받아내기가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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