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새벽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적이 드문 모래사장을 조심스레 걷던 박모 씨(36)가 갑자기 쪼그려 앉았다. 주변에선 ‘삐삐’하는 기계음이 나지막하게 울렸다. 그는 무언가를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본 뒤 호주머니에 넣고 다시 걸었다. 마치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를 하는 듯한 박 씨의 행동은 부산 해운대·송도, 충남 대천, 전남 가계 해수욕장 등 4곳에서 3개월이나 계속됐다.
박 씨가 해수욕장을 찾아 헤맨 이유는 피서객들이 흘린 반지 귀고리 등을 찾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박 씨는 지난해 6월 인터넷에서 250만 원을 주고 금속탐지기까지 샀다. 이런 수고 덕분에 박 씨는 해수욕장 4곳에서 5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경찰은 누군가 장물로 보이는 귀금속을 계속 가져와 판매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추적 끝에 박 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박 씨는 지난해 주식 투자로 1000만 원 가량을 잃자 이 같은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타인의 재물을 주우면 경찰 치안센터나 유실물보관센터 등에 신고해야 한다”며 “6개월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습득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간다”고 밝혔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27일 박 씨를 점유물이탈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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