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男, 막가파식 끼어들기 자제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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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켜요 착한운전]<11>여성운전자가 행복한 운전을

100명당 47.6명. 운전면허를 갖고 있는 여성의 비율(2014년 기준)이다. 여성의 절반이 운전자격을 갖춘 셈이다. 1990년 100명당 4.9명과 비교하면 10배 안팎으로 증가했다. 여성 운전자는 늘었지만 교통사고 치사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2011년 여성 운전자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치사율)는 1.5명으로 전체 2.4명보다 낮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운전자는 대체로 안전하게 운전하기 때문에 사망사고율이 남성보다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로 위의 현실은 다르다. 아직도 많은 여성이 운전 중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또 남성과 달리 운전이 서툰 여성에게는 아직도 ‘김 여사’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 무시당하는 여성 운전자

동아일보-채널A 공동기획 ‘시동 켜요 착한운전’ 취재팀은 20일부터 일주일간 전국의 20∼60대 여성 운전자 182명에게 ‘여성으로 운전하기’와 관련된 여러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의 60.4%인 110명은 여성 운전자라는 이유로 상대편 운전자가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 과정에서 “상대 남성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는데도 ‘운전을 이런 식으로 하지 말라’며 훈계한다” “앞 차가 너무 느리기에 추월했는데 내가 여자라는 걸 알고 기어이 내 차를 추월했다” 등 항변이 쏟아졌다.

응답자들은 ‘여성은 운전을 못 한다’는 편견을 가장 넘어서기 힘든 ‘벽’이라고 지적했다. 규정속도에 맞춰 주행하는데도 속도를 높이라고 경적을 울리거나 위협하는 일이 여전히 많다는 것. 30년 가까이 운전한 이모 씨(67·여)는 “남성 운전자들이 과속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면서 ‘흐름을 타야지’라고 소리치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또 많은 여성 운전자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거나 안전거리도 확보하지 않은 채 무작정 끼어들 때 상대 운전자가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김은희 씨(42·여)는 “남성 운전자가 나를 보고 갑자기 끼어들기를 시도해 비켜주지 않았더니 다음 신호까지 쫓아와 창문을 열고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접촉사고 때 남성보다 여성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하는 선입견도 여전했다. 운전학원 강사로 일하는 윤모 씨(51·여)는 “2년 전 신호대기 중에 내 차가 받혔는데 상대 운전자는 ‘여자분이니까 실수할 수 있다’며 내 잘못으로 몰았다. 상대방뿐 아니라 보험사 직원들조차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서야 뒤 차의 잘못임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한 20대 여성 운전자는 “택시가 앞으로 무리하게 끼어들다 내 차와 사이드미러가 살짝 부딪혔는데 마치 어린아이한테 훈계하듯 화를 내고 가버렸다”고 토로했다.

○ “한 번 더 양보하라” 여성 운전자를 위한 조언

베테랑 여성 운전자에게 도로 위에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윤영미 안실련 어머니안전지도자회 부회장은 “겁을 내지 말아야 남성 운전자로부터 억울한 상황을 당했을 때 정확히 권리를 찾을 수 있다”며 “다만 싸우려고만 하는 것보다 양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수진 교통안전공단 차장은 “방어운전에 신경 쓰는 것이 30년 무사고의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주변 남성 운전자들의 선입견을 바꿔주고 배려 운전 준수를 당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강순입 인천여성운전자회 부장은 “아들에게 여성 운전자를 무시하지 말라고 늘 당부한다”며 “지금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에게 여성과 남성이 도로 위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꼭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tbs교통방송

최혜령 herstory@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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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어들기#여성운전자#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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