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유학생 유치 전쟁이 불붙었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감을 느낀 대학과 교육당국이 그 돌파구로 유학생에 눈을 돌리면서다. 정부는 이미 2012년 ‘스터디 코리아 2020’ 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2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발표 이후에 오히려 외국인 국내유학이 감소세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되는 등 중간실적이 지지부진한 상황. 특히 외국인 유학생이 교육여건이 우수한 일부 대학에 편중되면서 유학생 유치 후발주자인 지방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대학들이 지방대와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경희대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을 세워온 김중섭 총장실장(국어국문학과·사진)의 노하우가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경희대는 1993년 외국인 대상 우리말 수업과정을 개설하며 한국어교육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성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실장이 주도하는 경희대 한국어교육과정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어학연수생 규모도 해마다 커졌다. 지난해 한 해만 유학생 3663명과 어학연수생 약 6000명이 이 학교에서 공부했다.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3000명 이상 재학 대학은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3곳뿐이다.
27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본관에서 만난 김 실장은 “지방대가 특성화 없이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방대들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아무 준비 없이 유학생 유치 전쟁에 뛰어든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느 나라 유학생이 됐든, 실력이 어떻든 학교로 데려오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문제”라면서 “특정 국가 학생들이 가장 찾아오고 싶어하는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사우디아라비아 청년들이 찾아오는 한국대학’처럼 콘셉트를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기계설비에 관심을 가진 이슬람권 학생들을 유치하려면 공대 진학에 도움을 주는 한편 기업과 협약을 통해 취업 통로를 넓혀주든,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하게 하든 전략적인 특성화를 해야죠. 여건이 불리한 지방대일수록 특성화를 바탕으로 지금부터 장기 전략을 짜야 합니다.”
대학에서 국어학을 전공한 김 실장은 석사과정 때 이 학교 국제교류원에서 재외동포와 외국인 대상 교육을 전담하면서 한국어교육과 인연을 맺었다. 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이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것을 전망하고 1993년 학교 측을 설득해 국제교류원에 한국어 수업 과정을 처음으로 개설했다.
당시 이 수업을 듣는 외국인 학생은 2명에 불과했지만 김 실장은 해외 대학 교류사업을 꾸준히 전개하면서 한국어교육 특성화에 집중했다. 현재 경희대에서 한국어교육 석·박사과정을 밟는 외국인 학생은 180여 명에 이른다. 경희대에 설치된 한국어교육 관련 학과만 국어국문학과를 제외하고도 교육대학원까지 포함해 석·박사과정만 5개나 됐다. 우수 한국어 강사 양성 시스템까지 갖추면서 이제는 한국어 교육 중점기지로 위상이 확고해졌다는 평가다.
이처럼 ‘한국어 문화대사’ 역할을 하면서 대학의 위상까지 끌어올려 보람을 느낀다는 김 실장은 “유학생 유치를 위해 고민하는 대학이라면 그 첫걸음은 한국어 교육에 대한 투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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