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의 중간평가 당일 보유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증권사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ELS를 판매하는 증권사가 투자자와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 투자자 이익을 우선해야한다고 판단한 첫 대법원 판례다. 이번 판결은 중간평가 당일 증권사의 주식 대량 매도로 손실을 입은 ELS 투자자들이 벌이고 있는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윤모 씨(70) 등 3명이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상환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윤 씨 등은 2005년 3월 대우증권이 삼성SDI 보통주와 연계해 내놓은 ELS상품에 총 2억1900만 원을 투자했다. 기준가격을 10만8500만 원으로 정한 뒤 4개월마다 돌아오는 중간평가일 주식 종가가 기준가격보다 높으면 3%씩 수익을 붙여 돌려받고, 낮으면 손해를 보는 상품이었다.
두 번째 중간 평가일인 2005년 11월 16일 삼성SDI 주가는 장 마감 10분전까지만 해도 1주당 10만9000원이었지만 대우증권이 10분 동안 8만6000주를 대거 파는 바람에 결국 기준가격보다 500원 낮은 10만8000원에 마감됐다. 결국 윤 씨 등이 만기상환 시 원금보다 30% 가량 손해를 보자 소송을 냈다.
1, 2심은 대우증권이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금융기법(델타 헤지)에 따라 주식을 팔았을 뿐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증권사가 위험회피거래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투자자의 이익과 신뢰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대우증권이 투자자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보고 판결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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