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금연 확산’ 민관학 협력 강화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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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
신영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국제적으로 기념일을 정해 소비를 억제하는 상품은 담배가 유일하다. 그만큼 담배의 폐해가 큰 것이다. 매년 담배로 약 600만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이 중 10%는 간접흡연으로 인해 사망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제사회는 담배의 위험성을 규명하고 담배 규제를 강화시켰으며 그 결과 2005년 보건 분야 최초의 국제조약인 담배규제협약이 발효됐다. 이후 135개국에서 담배규제 법령을 강화하고, 공공장소 내 전면 금연(48개국), 담뱃갑 경고그림(77개국) 등의 규제를 적극 도입했다. 담배 가격도 지난 5년간 평균 약 150% 인상됐다.

최근에는 공원 해변 등 실외 금연구역 지정, 아동이 탄 자동차에서 금연, 담뱃갑에 제품명만 기입하는 규격화 포장(plain packaging) 도입 등 보다 강력한 담배규제 정책을 실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금연정책이 소비 규제에서 담배 근절로 진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올해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고 모든 음식점에서의 금연, 흡연 경고그림 도입 추진 등 강도 높은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다. 금연 상담 및 의료기관을 통한 금연 치료가 늘고 담배 출하량이 40% 감소했다고 한국 정부는 밝히고 있으며 이 같은 정책 효과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다.

이러한 금연 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해서는 흡연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성인남성 흡연율(48.3%)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반면 여성 흡연율(5.8%)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남성의 흡연에는 관대하고 여성의 흡연에는 거부감을 보이는 사회규범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만큼 사회적 인식이 중요한 것이다. 담배 연기에는 60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 종의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 국제사회에서 ‘담배는 독극물’이며 ‘흡연자는 담배유행병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인식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금연문화 확대에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아울러 담배규제를 위한 사회 각 부문 간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담배 광고를 엄격히 제한할 뿐만 아니라 담배 제조 과정에서 각종 화학물질이 첨가돼 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노력이 부족해서 담배와 담배회사에 대한 국민의 태도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다. 담배의 폐해를 알리는 데 주무부처뿐만 아니라 학계, 시민단체, 보건 유관기관 등 사회 전체의 협조가 필요하다.

WHO는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 소송이 흡연으로 실제 생명에 위해를 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담배와 담배회사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금연정책을 선도해 가기를 희망한다.

신영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
#금연 확산#민관학#협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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