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도로에서 잠들었더라도 불법 체포됐다면 음주측정을 거부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음주측정을 네 번 거부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모 씨(40)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강 씨는 지난해 2월 13일 오전 3시 15분경 경남 김해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를 50m 가량 운전하다가 정지 신호를 맞아 기다리던 중 잠이 들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이 적발해 지구대로 데려간 뒤 음주운전을 의심해 30분 동안 네 차례 음주측정을 시도했지만 강 씨는 계속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은 경찰이 강 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지구대로 데려가면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실상 강제연행을 했기에 음주측정 요구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강 씨를 지구대로 데려가면서 임의동행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기에 불법체포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강 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더라도 불법체포에 의한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이 현장에서 강 씨에게 “음주측정을 하려면 지구대로 임의 동행해야하고, 만약 측정을 거부하면 현행범 체포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대목도 부적절하다고 봤다. 강 씨가 이를 ‘임의동행하지 않으면 현행범 체포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 순순히 지구대로 따라갔을 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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