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천막을 방치하고 있는 서울시 간부들에 대한 경찰의 직무유기 혐의 수사와 관련해 “잡아가려면 나를 잡아가라”고 말했다.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21일 경찰에 참고인으로 소환돼 조사받은 데 대한 반응이다. 임 부시장은 모든 게 자기 책임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사실상 박 시장 대신 소환된 것이다. 최종적으로 책임질 위치에 있는 시장의 반응으로 적절치 못하다.
박 시장은 “(천막을 철거하려면) 임종석 부시장을 구속하라. 구속하면 다음에 이 양반 총선에 틀림없이 당선된다. 나도 자동으로 (당선된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천막에 왜 선거와 당락 얘기가 나오는지 황당하다. 박 시장 자신이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세월호 천막을 걷지 못하게 하고 있으니 그런 과잉반응이 튀어나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는 “(세월호 천막으로) 교통이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니고 법령 위반도 아니다”라고 앞뒤 다른 말도 했다. 작년 9월 세월호 천막에 대해 ‘서울시 광화문광장 사용 관리 조례’ 위반으로 점용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던 사람이 바로 박 시장이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은 정치적 집회와 시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문화·예술행사 등에만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작년 7월 14일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유족들이 천막을 치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며 유족 천막 주변에 13개의 지원 천막을 쳤으나 지금까지 그 천막도 걷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년도 지났다. 누구보다 세월호 유족과 유대를 같이한 박 시장이야말로 천막 철거를 설득할 만한 최적격자다. 비극적 참사의 희생자라도 프랑스인은 파리 샹젤리제에, 영국인은 런던 더몰에 그런 천막을 치지 않는다. 이제 세월호 특별조사위도 가동됐으니 천막 자리를 시민에게 돌려주도록 박 시장이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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