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으로 가출한 정신지체 딸을 끈으로 묶고 다녔다는 이유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아버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김수일)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 씨(60)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씨는 지적장애 1급인 딸(15)에게 수시로 “귀신같은 것,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는데 죽지도 않아”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퍼부었다. 급기야 2011년 10월 마음대로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딸 허리에 끈을 묶었고 심지어 그 끈을 자신의 몸에 묶어 끌고 다니기까지 했다. 딸이 집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잠그고 외출하기도 했고 딸이 학교에 가지 않거나 집을 나가도 신경쓰지 않았다. 이 씨는 함께 외출했다가 40여 차례나 딸을 잃어버렸지만 형식적인 신고만 했을 뿐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버지의 방치 속에 방황하던 딸은 지난해 3월 서울 원효대교 부근의 한 공원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올해 2월 1심 재판부는 “편의를 위해 딸을 끈으로 묶고 다니는 등 아버지로서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를 저질러 딸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막대한 해를 끼쳤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씨가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그 자신도 정신지체 장애 2급으로서 적정한 보육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1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단했다. 이어 “딸 허리에 띠를 묶고 외출한 것은 일반인 시각에서는 극히 비정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애인 딸을 보호하기 위한 나름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처벌보다 이웃과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보호가 더욱 절실해 보인다”며 이 씨를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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