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문서로 등기소를 속여 남의 땅을 빼앗고 그 땅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10억 원을 대출받은 80대가 구속됐다. 금융기관은 등기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공문서를 위조해 경기 화성시의 민모 씨(47) 소유 시가 17억 원 상당의 땅을 자기 것으로 허위 등기 이전한 정모 씨(81)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동거녀의 아들 김모 씨(47)의 사진을 이용해 민 씨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했다. 이후 법무사를 고용해 위조한 주민등록증만 보내주고 민 씨의 대리인으로 활동할 것을 부탁했다. 법무사는 지난해 3월 13일 정 씨가 준 가짜 매매계약서와 인감증명서로 경기 화성등기소에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정 씨는 같은 날 경기 시흥시의 B 협동조합에서 이 땅을 담보로 10억 원을 빌린 뒤 잠적했다.
민 씨는 지난해 4월 모르는 사람이 자기 땅의 명의자로 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지난해 8월 26일 경찰에 정 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위조된 신분증에서 채취한 김 씨의 지문 등을 바탕으로 정 씨를 체포해 지난달 3일 구속했다. 빌린 10억 원은 동거녀 김모 씨(78)와 모두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 씨는 B 협동조합을 상대로 근저당권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해 자기 땅을 돌려받고 땅에 설정된 저당권을 없앴다.
반면 정 씨에게 속은 B 협동조합은 피해액도 보상받을 수 없는 처지다. 등기소가 책임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등기소 관계자는 “등기소에는 서류에 대한 형식적 신뢰권만 있을 뿐 실질적 조사권은 없다. 형식적으로 맞는 서류라면 진위를 파악할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우리가 경찰도 아니고 공공기관이 인정한 등기자를 정당한 소유자로 믿을 수 없다면 어떻게 담보 거래를 하겠나”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국등기법학회는 “심사권이 없는 등기소는 실소유주가 대리인을 고용한 것이 맞는지 확인할 권한이 없다”며 “법무사 등 등기서류를 받은 대리인이 소유주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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