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에서 1년 넘게 근무한 근로자가 퇴사하면 퇴사한 당해연도의 1년 미만 근로에 대해선 유급휴가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5 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유급휴가란 1년 단위로 일정 기간의 쉴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이기에 퇴사한 연도의 1년 미만 근로에 대해서까지 법정 유급휴가를 보장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다.
직장인 최모 씨는 2011년 11월 입사해 1년 7개월 동안 근무하다 2013년 6월 퇴사했다. 최 씨는 퇴직 당시 회사가 입사 후 만 1년 치 유급휴가인 15일만 인정해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고 나머지 7개월 치에 대해선 유급휴가를 인정하지 않고 수당을 주지 않자 근로기준법의 입법부작위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만 1년 동안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겐 15일의 유급휴가를 주고,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면 1개월 개근시마다 1일씩 유급휴가를 인정하고 있다. 최 씨는 전체 근로기간이 1년이 넘는 근로자는 퇴직 시 당해연도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라면 해당 기간에 대해선 유급휴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근로기준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박한철 헌재 소장 등 재판관 5명은 다수 의견으로 “연차유급휴가란 근로자에게 1년 단위로 일정 기간의 정신적·신체적 휴양 기회를 부여하려는 것”이라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중도 퇴직자의 퇴직 전 근로에 대해 유급휴가를 보장하지 않는 게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1년 이상 근무하다 퇴직하더라도 전년도 출근율(80% 이상)에 따라 유급휴가를 보장받을 수 있기에 퇴직 당해연도 근로 기간에 대해 별도로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기본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2년 미만의 기간제 근로자라면 최초 1년에 대해서만 15일 연차유급휴가를 보장받고 퇴직하기 전의 1년 미만 근로에 대해선 휴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퇴직 당해연도 1년 미만 근로기간에 대한 휴가나 금전 보상까지 보장하기엔 부담이 큰 현실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 입법자가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정미 김창종 안창호 서기석 재판관은 근로기준법이 근로의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근로기준법이 1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와 1년 미만인 근로자를 차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1개월을 개근하고 퇴직한 뒤 다시 취직해 11개월을 결근 없이 출근했다면 이전 11개월과 이후 11개월에 대한 유급휴가를 모두 합쳐 22일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동일한 기간인 1년 10개월을 연속해 근무하다 퇴직하면 최초 근로연도 1년에 대해서만 1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보장받고 나머지 10개월의 근로에 대해선 유급휴가를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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