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축제 넘치는데 무궁화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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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주제는 ‘호국보훈’]<101>‘나라꽃’ 사랑을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애국가 후렴에 등장하는 우리의 나라꽃 무궁화(無窮花). 역사서에 따르면 상고시대부터 우리 민족과 깊은 인연을 맺어 온 우리의 국화(國花)가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올봄 벚꽃 축제에는 300만∼350만 명의 상춘객들이 다녀갔다고 하는데 무궁화 축제를 찾아갈 관광객은 얼마나 될까.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의뢰해 벚꽃 축제와 무궁화 축제 현황을 비교한 결과를 내놨다. 벚꽃 축제는 4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영등포 여의도 봄꽃 축제’를 비롯해 10개나 됐다. 하지만 무궁화 축제는 강원 홍천에서 10월에 열릴 ‘제6회 나라꽃 무궁화 축제’ 딱 하나였다. 아직 구체적인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고 기간도 사흘에 불과하다고 한다.

광복절을 전후해 무궁화 관련 전시회나 축제가 열리기는 하지만 규모가 작고 산발적으로 열려 국민들의 기억에 남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주변에서 무궁화를 찾아보는 것도 힘들 지경이다. 4월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이 지난해 전국 지자체가 가로수로 심은 수종을 조사한 산림청 자료를 받아본 결과 무궁화 식재율은 5.6%에 그쳤다.

벚나무가 140만 그루(식재율 23.5%)로 가장 많았고 △은행나무(16.4%) △이팝나무(6.4%) △느티나무(6.3%) 등의 순이었다. 5위인 무궁화는 이름만 나라꽃일 뿐 우리나라에서 찾기 힘든 꽃이 되어버린 셈이다.

물론 무궁화가 법률적으로 국화로 명문화돼 있는 것은 아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은 1896년 11월 26일 독립협회가 세운 독립문 정초식 때 정동교회와 배재학당 학생들로 구성된 찬양대가 부른 애국가에서 처음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제강점기 무궁화가 우리 민족의 정신으로 여겨지고 독립운동가들이 무궁화를 우리의 표상으로 내세우면서 상징 그 이상이 됐다. 당시 일제는 무궁화를 국민들과 멀어지게 하기 위해 전국에 있던 무궁화를 뽑아버리고 불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복 이후 1949년 대통령 휘장과 행정 입법 사법 3부의 휘장을 무궁화로 도안해 사용했고, 1950년에는 태극기 깃봉을 무궁화 꽃봉오리로 제정하면서 본격적인 국화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무궁화를 국화로 명문화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무궁화의 보급 및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9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미뤄지고 있다.

(사)대한민국무궁화선양회 양천규 회장은 “대통령과 정치인 등 국가 지도자들이 국화인 무궁화에 관심을 갖고 청와대와 국회 주변부터 무궁화를 심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벚꽃축제#무궁화#나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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