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신고 안해도 고작 200만원 벌금… 15년전 의료진 처벌기준 그대로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일 03시 00분


[메르스 확산 비상]
전문가 “늑장신고로 사태 확산… 벌칙 강화해 신고 활성화해야”

이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에는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 문제 외에도 환자와 의료진이 신고의무를 다하지 않았던 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10번 환자는 메르스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정황적 근거가 있었음에도 의료진이 늦게 신고해 환자의 출국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법상 감염병에 걸린 환자를 보고도 신고를 게을리하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의료인은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인의 신고행위를 억지로 방해한 자 역시 같은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만일 환자가 자신의 병을 숨기거나 격리조치에 불응하는 경우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하지만 벌금과 그 부과 기준이 신종 호흡기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던 1999년의 개정안과 동일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1957년 처음 벌금 부과에 관한 조항이 만들어진 뒤 1999년에 개정된 벌금 수준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감염병 신고의무와 관련된 벌금 기준이 16년 전에 머물러 벌금도 낮고 기준도 애매하다”며 “해외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만큼 벌금 및 각종 벌칙 부과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에 비해 의료진의 벌금 기준이 낮은 것도 문제다. 국내 메르스 최초 감염자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사실을 숨겨 확진까지 시간이 걸렸다. 환자는 자신의 전염병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인의 협조가 그만큼 중요하다. 의료인의 벌금이 환자보다 낮은 것은 이런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환자나 의료진이 신고의무를 게을리했을 때 공공안전에 끼치는 손해가 막대하다”며 “벌금뿐 아니라 필요할 경우 구속 등 처벌을 동원해 신고의무를 지키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일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료진의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막대한 영업손실을 감수하고 적시에 신고한 의료인에 대해서는 보상금을 지급하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메르스#감염#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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