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정화조실에서 구청 모기 방역팀 직원이 연막소독을 하고 있다. 서초구 제공
“이곳의 온도는 사시사철 24∼25도가 유지됩니다. 아파트가 사람 사는 데도 편하지만 모기의 생존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명당인 셈이죠.”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A아파트 지하 정화조 앞에 서자 김형수 서초구 보건소 감염병관리팀장이 말했다. 이 아파트는 얼마 전 “모기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곳이다. “각오하라”는 말과 함께 김 팀장이 두꺼운 철문을 열었다. 순간 집모기가 새카맣게 떼를 지어 얼굴로 달려들었다. 멋모르고 뒤따르던 기자는 “악” 하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쳤다.
김 팀장과 팀원 8명의 움직임은 달랐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신속하게 ‘전투’를 시작했다. 모기알과 유충(장구벌레)을 한꺼번에 잡는 액상 살충제를 살포하고 성충을 제거하는 연막소독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마지막 ‘무기’인 미꾸라지도 꺼내들었다. 미꾸라지는 하루에 모기 유충 1100마리를 잡아먹는 ‘천적’이다. 오염된 물에서도 잘 살아 한번 풀어놓으면 적어도 6개월간 모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27년간 해충 박멸에 매달린 김 팀장에게도 모기 방역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기의 습성이 워낙 은밀해 최초 발생 지역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국내 처음으로 모기 방역을 위한 ‘커뮤니티 매핑(커맵)’ 시스템 도입이 결정된 것이다.
커맵은 주민 스스로 자기가 사는 지역의 여러 생활정보를 모아 표시해 만든 일종의 ‘테마 지도’를 말한다. 2012년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소장이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초구는 6월 중 ‘모기 커맵’을 상용화하기로 했다. 서초구는 녹지 면적이 전체 구 면적의 58.4%에 이른다. 물웅덩이와 복개 구간이 많은 양재천과 반포천이 있다 보니 모기로 인한 피해가 많다. 커맵이 도입되면 주민 스스로 주택과 주변 지역의 모기떼 발생 지점을 온라인 지도에 ‘말풍선’으로 표시하고 구와 공유하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모기 커맵’에는 A아파트를 비롯해 무허가 판자촌, 공중화장실, 물웅덩이, 쓰레기처리장 등 ‘방역 취약지역’ 141곳이 우선 표시된다. 이후 주민이 모기 발생지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추가로 표시하면 4시간 안으로 방역팀이 출동해 방역에 나선다. 또 주민이 방역 후 상황을 커맵에 남길 수도 있다. 김 팀장은 “모든 주민이 모기와의 전쟁에서 ‘척후병’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방역팀 출동이 잦아지겠지만 모기가 창궐하는 포인트를 잡기가 훨씬 쉬워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서초구는 올여름 모기 커맵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행정 전반에 커맵을 활용할 방침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주민이 공원을 산책하다가 계단, 안내판 등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커맵에 표시한 뒤 개선을 요구하는 ‘산천(山川) 지킴이’ 커맵도 현재 개발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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