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발표된 ‘5·31 교육개혁’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여러 교육 관련 단체들은 전반적으로 국가 주도의 교육개혁 중에서는 5·31 교육개혁을 가장 조직적이고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개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초·중등교육 개혁은 하드웨어 및 운영의 제도적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31 개혁의 교육재정 국민총생산(GNP) 5% 확보 방안에 따라 교육재정을 꾸준히 늘린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과정 및 교수와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진단됐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가?
주된 이유는 국가 주도의 교육개혁이 지닌 성격 탓이다. 즉 변화를 위한 법적, 행정적, 재정적 차원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둬 각 학교에서 당면한 특수한 요구와 상황에 따른 문제들에 일일이 처방을 내릴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학급에서 일어나는 교육과정과 교수에 따른 학생 경험의 질적 제고는 교사들이 스스로 이뤄 내야 한다. ‘말을 물가까지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는 말처럼 이 부분은 전적으로 교사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교육개혁을 학교와 교사들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이를 ‘제2의 교육개혁 물결’로 명명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도 교사들이 움직여야 할 때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들은 행정 정책을 ‘지시 중심’에서 ‘지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학벌주의 사회가 능력주의 사회로 바뀌도록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도모하고 교사들이 교육의 본질에 입각해 교육하도록 대입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이 지닌 소질과 적성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개별화 교육을 실시해 막대한 사교육비를 공교육이 흡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상대평가제에서 여러 줄로 세우는 절대평가제로 바르게 전환하는 동시에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성장 중심의 포트폴리오 평가 체제를 도입하고 입시에 반영해야 한다.
또 학교가 당면한 특정한 문제들을 교사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능력 개발 연수를 지원하고 민주적이고 전문적인 학교 거버넌스 문화를 조성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요즘 여러 교육청은 교사들이 주도적으로 교육 변화를 도모하도록 혁신학교 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으며 그 주요 내용은 이런 지원 체제를 마련해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자는 이런 교육청들의 혁신학교 운동은 선진국의 제2 교육개혁 물결 패러다임을 따라가는 것으로 본다.
외국에서도 한국 교사진은 높은 지적 능력을 소유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라고 평가한다. 국내 교사들은 충분히 제2의 교육개혁 물결을 이끌어 갈 능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런 능력을 이끌어 낼 동력원이 부족할 뿐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듬고 공감하며 교사들이 제2 교육개혁 물결을 이끌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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