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전투병, 가혹행위에 수류탄 자살 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03시 00분


총기난사-폭력 예방위해 도입했는데…
“선임병이 상습 구타에 욕설 협박” 4월 자해… 한달만에 깨어나 폭로

경기 지역 한 전방 부대에 ‘우수전투병’으로 자원입대한 육군 사병이 선임병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수류탄을 터뜨려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다.

2일 육군 관계자에 따르면 4월 5일 오전 4시경 A 이병은 경계근무 중 수류탄을 터뜨려 머리와 가슴, 배 등 온몸에 수백 개의 수류탄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었다. 이후 A 이병은 한 달 만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했고 육군 수사 당국에 자신이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관계자에 따르면 A 이병의 선임병은 상습적으로 구타와 욕설을 일삼고 초소 근무 중에도 말을 듣지 않으면 안전핀을 뺀 수류탄을 입에 물게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둘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어서 가혹행위를 했는지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A 이병은 지난해 11월 우수전투병으로 자원했고 1월에 입대한 뒤 3월 현재의 부대에 배치됐다. 우수전투병은 지난해 22사단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28사단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후 사고 예방을 위해 육군이 도입한 제도.

최전방 감시초소(GP)와 일반전방소초(GOP), 전방 해안부대 등에서 복무할 병사를 해병대와 같이 자원병으로 채우겠다는 시도로 자신의 뜻과 다르게 전방 근무지에 편성돼 원치 않는 근무로 갈등과 인명사고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A 이병이 자대 배치된 지 한 달도 안 돼 사고가 발생해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자원했기 때문에 하사 수준의 수당 등 혜택도 있다. 전방에서 근무하는 다른 일반 병사들이 위화감을 느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육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방에서 징집병과 모집병 간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제도적 보완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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