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설립자 박영관 회장… 매년 하바롭스크 어린이 초청
13년간 59명 무료 수술 의료봉사… 한국인 첫 명예시민증 받아
‘누구의 잘못도 없이 심장에 구멍이 난 채로 태어난 선천성심장병 아이들. 가난해서, 기술이 없어서, 시설이 없어서 죽는 날만 기다린다면…. 하나님 은혜로 살아가는 모든 어른들이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살 수 있을까요?’
국내 유일의 심장병 전문병원인 세종병원을 설립한 박영관 회장(76)이 선천성심장병 어린이들에게 바치는 헌시를 지었다. 박 회장은 지난달 29일 러시아 하바롭스크 시 탄생 157주년을 맞아 이 헌시가 새겨진 패(러시아 번역본)를 하바롭스크시장에게 전달했다. 그는 13년 동안 하바롭스크에 사는 심장병 어린이 59명을 무료로 수술해준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인 최초로 하바롭스크 명예시민이 되기도 했다. 1989년부터 매년 2∼8명의 하바롭스크 어린이를 초청해 경기 부천시 소사구에 있는 세종병원에서 수술을 해주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달 27∼30일 하바롭스크 방문 기간에 세종병원에서 수술한 환자들을 다시 만났다. 시내 주변에 살고 있는 20여 명과 가족들을 초대해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심장병 환우의 밤-리멤버 세종’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지난달 28일 저녁 아무르 강의 유람선에서 진행됐다.
참석 환자들은 수술 당시의 상황과 경과를 회고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볼도드킨 다닐랴 군(10)은 여섯 살 때까지 심장이 약해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고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는 선천성심장병(CHD) 및 심실중격결손(VSD)을 앓고 있었다. 그는 2011년 한국 의료나눔프로젝트 환자로 선발돼 세종병원에서 무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박 회장은 유람선상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하바롭스크 환우들을 보니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대학생으로 성장한 한 환자는 박 회장에게 “새로운 생명으로 살게 해 준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행사 말미에 박 회장은 참석한 하바롭스크 시장에게 3000여만 원의 사회발전기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1982년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부천의 외진 곳에 심장병만 치료하는 세종병원을 세워 종합병원과 어깨를 겨루는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키웠다. 국내 처음으로 인공심장을 개발해 첫 이식수술에 성공했고, 이제 ‘심장수술 성공률 1위 병원’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설립 당시부터 ‘심장병 없는 세상을 만들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국내 어린이 대상의 ‘나눔 의료 운동’에 나섰다. 그간 세종병원에서 심장병을 고친 국내 어린이만 1만2000명이 넘는다.
1989년부터는 중국 옌볜 조선족 동포를 시작으로 해외 심장병 어린이를 돕고 있다. 26년간 중국 베트남 몽골 카자흐스탄 등 25개국에서 1300명가량의 선천성심장병 환자가 세종병원에서 무료 수술을 받았다. 1인당 2500만 원가량 드는 수술비는 대부분 세종병원에서 부담했고, 항공료와 체류비는 지방자치단체와 복지단체 등에서 지원했다.
오병권 부천시 부시장은 이번에 박 회장과 함께 자매결연도시인 하바롭스크를 방문해 심장병 무료수술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라 세종병원은 하바롭스크 심장병 어린이들에 대한 사전 검진 및 수술을 책임지기로 했고, 부천시와 하바롭스크 시는 검진아동 모집 및 선발과 검진에 필요한 서류 준비 업무를 체계적으로 담당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심장병 어린이가 제때 수술을 하면 한번에 완치할 수 있다.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어린 생명을 잃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