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출장 줄줄이 취소… 홍삼 등 면역식품 판매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메르스 비상/불안한 국민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확산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학교들까지 앞다퉈 휴업을 결정하고 있고 수학여행 등 단체행사도 대부분 취소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 등의 각종 모임과 공식 행사도 줄줄이 연기되거나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 학교 이어 학원가도 ‘올스톱’


마스크 쓰고 수학여행 메르스 감염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학생과 교사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마스크 쓰고 수학여행 메르스 감염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학생과 교사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경기 성남서중은 3일로 예정됐던 전교생 940여 명 대상의 체험학습을 전격 취소했다. 충북의 한 여중은 2학년 수학여행과 1학년 체험학습을 연기했고, 한 지역교육지원청은 학생 행사가 아닌 초등학교 교감협의회와 직원 성희롱 예방교육까지 취소했다. 울산 약사중은 3일부터 2박 3일간 경기 지역으로 수학여행을 갈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5일 도내 고교생 80명을 대상으로 경기 지역에서 열기로 했던 안보체험 프로그램을 연기했다.

경기 화성시의 한 영어학원장은 “학원도 보내기가 두렵다는 학부모들의 요구로 학교 휴업과 같은 기간 휴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충북도교육청도 학원연합회에 운영 자제를 요청했다. 기숙학교도 비상이다. 충남 논산대건고는 외박(5∼7일) 연기를 검토하고 있고 공주한일고는 학부모 초청 행사를 무기한 미뤘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계속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학교 휴업을 놓고 정부 부처 간 의견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교육부는 메르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학교장이 적극적으로 휴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 경기, 충남, 충북 교육감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황 장관은 “보건당국은 현재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알려왔지만 주의보다 높은 ‘경계’ 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계 단계에서 시행하는 휴업, 휴교를 예방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보건복지부의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부러 학교를 휴업하는 건 의학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메르스의 전염률이 다른 호흡기질환보다 떨어지고,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4일 치르는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는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황 장관은 “학생들이 예정된 대로 시험 준비를 했기 때문에 시험 연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대규모 행사 앞두고 ‘전전긍긍’


야구장 방역 작업 경북 포항시 남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3일 포항야구장에서 경기를 앞두고 메르스 예방을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야구장 방역 작업 경북 포항시 남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3일 포항야구장에서 경기를 앞두고 메르스 예방을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개막(7월 3일)을 한 달여 앞두고 터진 메르스 사태에 조직위원회는 비상이 걸렸다. 이번 대회에는 중동 국가 7개국, 491명의 선수를 포함해 141개국의 선수 임원 등 1만3336명이 참가한다. 질병관리본부와 광주시, 조직위 등 200여 명으로 구성된 의료진은 중동 국가 선수단 입국부터 선수촌 생활 등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경기도의회 대표단은 7∼12일 독일 방문 계획을 취소했고, 조길형 충북 충주시장도 3∼10일로 예정했던 중국 교류 도시 3곳 출장을 취소했다. 또 충북 제천시는 5일 열기로 한 금요힐링콘서트와 7일로 예정됐던 도지사배 박달재 전국산악자전거대회를 취소했다. 삼성그룹은 3일 충남대에서 개최하려던 대학생 멘토링 행사인 ‘삼성캠퍼스톡’을 무기한 연기했다. 4, 5일 전북 무주군 덕유산리조트에서 그룹 신입사원 9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던 하계수련회도 결국 열지 않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9일부터 제주에서 열려던 지난해 하반기 입사자 1000명이 참가하는 수련회를 연기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확인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른 괴담이 난무하면서 병원 방문을 꺼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 2명이 퇴원한 대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음성으로 판명이 났는데도 의심환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래환자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은 ‘부천성모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2명 나왔다’는 허위사실이 나돌자 유포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울산대병원은 방진복에 마스크를 낀 의료진의 사진과 함께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다’는 허위사실이 SNS에서 확산되자 해명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은 네이버와 다음 등 온라인 카페 6곳에 ‘ICU(중환자실) 폐쇄됐다. 가지 마라’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올린 6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3일 경찰에 고소했다.

대학병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건강검진을 포기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검진을 예약한 황모 씨(54)는 해당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예약을 취소했다. 인천 남동공단 K산업 근로자 이모 씨(47)는 “건강검진을 가을로 미루자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유통업계 문화예술계에도 여파


손 씻기 교육 3일 광주 북구 보건소에서 열린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손 씻기 교육’에서 어린이들이 메르스 예방을 위한 손 씻기 방법을 배우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손 씻기 교육 3일 광주 북구 보건소에서 열린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손 씻기 교육’에서 어린이들이 메르스 예방을 위한 손 씻기 방법을 배우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대형마트와 유통업계에도 메르스 여파가 몰아쳤다. 손 소독제는 일부 화장품 매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었고, 이마트와 롯데백화점은 매장 근무자는 물론이고 고객들의 위생을 위해 손 소독제를 곳곳에 두고 사용토록 하고 있다. 온라인몰에서는 즉석식품 판매량이 늘었다. 3일 오픈마켓 옥션이 메르스 발병 이전과 이후 기간을 조사한 결과 발병 이전보다 이후에 즉석밥과 즉석국 등 즉석식품의 판매량이 11% 늘었다. 온라인몰에서는 위생 제품뿐만 아니라 면역에 좋다고 알려진 토마토와 홍삼 제품의 판매량도 늘어났다.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인 시트립은 최근 자사 메인페이지에 한국 관광상품 노출을 중단했다.

마스크를 쓴 채 극장과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2일 연극 ‘허물’ 공연이 개막한 국립극단 소극장 판을 찾은 관객 80여 명 중 10여 명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뮤지컬 ‘팬덤’ 제작사 EMK 관계자는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이 10명 중 1명꼴이었다”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라고 전했다.

수원=남경현 bibulus@donga.com / 전국종합 염희진·김정은 기자
#수학여행#메르스#국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