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랜드, 무동력 테마파크로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4일 03시 00분


1988년 문 연 ‘한국의 디즈니랜드’… 대기업 놀이공원에 밀려 관람객 뚝
2017년부터 낡은 기구 단계 철거… 직접 몸으로 움직이는 시설 조성

1988년 개장한 경기 과천시 서울랜드가 2017년 친환경 어린이테마파크로 바뀐다. 8개 권역별 조성계획 중 동물과 자연을 주제로 한 ‘피크닉가든’의 디자인 초안. 서울시 제공
1988년 개장한 경기 과천시 서울랜드가 2017년 친환경 어린이테마파크로 바뀐다. 8개 권역별 조성계획 중 동물과 자연을 주제로 한 ‘피크닉가든’의 디자인 초안. 서울시 제공
“여기는 서울랜드 오∼오 희망의 나라…신∼나는 우리 세상.”

1988년 ‘뽀빠이’ 이상룡 씨(71)가 출연한 서울랜드(경기 과천시) 개장을 알리는 TV 광고의 노랫말 가운데 일부다. 서울랜드는 그해 5월 11일 문을 열었다. 국내 1호 테마파크였다. ‘한국의 디즈니랜드’로도 불렸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껏 들뜬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새로 생긴 ‘별천지’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지금 30대 이상에게는 “여기는 서∼울랜드”라는 광고음악과 모자를 쓴 거북이 캐릭터인 ‘아롱이와 다롱이’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오랜 기간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일깨워 줬던 서울랜드가 새 모습으로 바뀐다. 대형 놀이기구 중심의 종합테마파크에서 어린이에 특화된 친환경 테마파크로 변신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7년부터 민간자본을 유치해 서울랜드를 국내 최초의 친환경 무동력 테마파크로 만들 계획이다”라고 3일 밝혔다. 서울시는 서울랜드를 운영하는 ㈜서울랜드(옛 한덕개발)와 계약이 끝나는 2017년 5월 새 사업자를 공모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랜드는 ‘세계의 광장’ ‘모험의 나라’ ‘환상의 나라’ ‘미래의 나라’ ‘삼천리동산’ 등 5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고 40여 종의 놀이기구가 설치돼 있다. 서울시는 노후 시설물들을 단계적으로 철거하고 숲 속 모험을 즐기는 ‘어드벤처’, 다양한 색을 체험하는 ‘컬러풀 월드’, 물놀이 체험시설인 ‘워터프런트’ 등 어린이에 특화된 8개 구역을 다시 조성할 계획이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전거 모형배 구름다리 등 아이들이 직접 밀고 끄는 시설이 들어선다.

서울랜드의 변신은 다른 대형 테마파크와의 경쟁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랜드는 1994년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이 개통된 이듬해 340만 명이 다녀가 연간 최고 방문객을 기록했다. 하지만 롯데월드(1989년 개장) 에버랜드(1976년 개장한 용인자연농원이 1996년 에버랜드로 바뀜)의 공격적 투자에 밀려 관람객이 꾸준히 줄었고 지난해에는 220만 명까지 떨어졌다. 하루 평균 1만 명도 찾지 않는 셈이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의 연평균 관람객(약 800만 명)의 30% 수준이다.

하지만 서울랜드의 변신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놀이시설 철거비나 토지 조성비를 빼고 신규 시설투자에만 73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비도 크지만 새로 들어오는 운영자는 삼성 롯데 등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도 갖게 된다.

또 서울시는 “30년이 넘은 놀이시설을 단계적으로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블랙홀2000(1990년 설치) 킹바이킹(1993년) 스카이엑스 샷엑스드롭(이상 2000년) 등 주요 놀이시설은 아직 기간이 남았다. 이런 성인용 놀이시설을 조기 철거한다면 자원 낭비 논란이 예상되고, 남겨두면 어린이 테마파크로 변신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검사를 해서 불합격하는 시설을 순차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랜드#무동력#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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