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시동 꺼진 오토바이 탔다면 음주운전?…재판부 판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7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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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신 상태로 오토바이를 탔어도 시동이 꺼진 오토바이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온 것에 불과하다면 음주 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한영환)에 따르면 이모 씨(38)는 2013년 5월5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은평구 불광중학교 인근 도로 내리막길을 음주 상태에서 100cc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갔다. 그러다 경찰관에게 단속돼 혈중 알코올농도가 0.072%로 나와 벌금을 물게 되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 씨는 1심 재판에서 “술은 마셨지만 오토바이 시동을 끈 채로 끌고 가다 내리막길에서 오토바이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탑승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시동을 끈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타력주행’ 했기에 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를 포함한 자동차 운전은 원동기를 사용하는 행위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이 씨가 ‘음주’는 했지만 법적으로 ‘운전’을 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씨의 운전 거리를 1km로 늘리는 등 공소사실을 변경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씨의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와 진술에 따르면 이 씨가 오토바이를 끌고 왔을 개연성이 충분하기에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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