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를 보다가 체포돼 탈북했다가 한국으로 귀순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자 사기대출을 받아 중국으로 밀항하려 했던 탈북자에게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사기, 국가보안법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탈북자 김모 씨(59)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김 씨는 2006년 12월 북한 함경북도 새별군(현 경원군) 체신소(우체국) 후방공급원으로 일하던 중 한국 영화 ‘경찰특공대’와 ‘굳세어라 금순아’를 시청한 사실이 북한 검찰소에 적발돼 체포됐다. 국경경비대를 통해 중국제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본업인 양곡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까지 함께 적용됐다. 김 씨는 검사로부터 최소 교화 16년형에 처해진다는 말을 듣고 수감소를 탈출해 두만강을 건너 중국-미얀마-라오스-태국을 거쳐 2007년 10월 한국에 귀순했다.
김 씨는 한국에서 덤프트럭 운전기사로 생계를 이어가다 생활고에 시달리자 귀순 5년 만에 사기 대출로 거액을 챙겨 중국으로 도주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2013년 10월경 동향 출신 탈북자 포함 3명과 공모해 아파트 매매대금 명목으로 한 보험사에서 2억6000만 원을 사기대출 받은 뒤 7100여만 원을 챙겨 인천항으로 갔다가 출국 금지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브로커를 통해 위조 여권을 구입하는 등 밀입국 준비를 하다가 체포됐다.
수사 과정에서 김 씨가 2013년 5월 재입북하기로 마음먹은 탈북자 A 씨를 도운 혐의도 추가로 포착됐다. 김 씨는 사기대출 희망자로 가장해 브로커에게 접근하는 식으로 A 씨가 재입북한 뒤 북한에 전달할 충성자금을 마련하는 걸 도왔다. 북한에 있던 2003년과 2006년에는 국내에 있던 여성 탈북자에게 딸을 보게 해주겠다고 현혹해 국경지대로 유인한 뒤 강제로 다시 입북시키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1,2심 재판부는 김 씨가 해외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기를 저지르고 밀항을 시도했을 뿐 아니라 다른 탈북자가 재입북하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도왔고, 국내 여성 탈북자를 유인해 북한으로 넘기려 한 범죄행위가 한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김 씨가 사기 이외의 범죄에 대해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며 부인하는 점도 양형에 참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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