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후속대책은 없어… 8일부터 일반환자 진료대란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03시 00분


[메르스 2차 확산/병원 24곳 공개]대형병원 의료공백 불가피

의료진도 취재진도 ‘마스크’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오른쪽)이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로 삼성서울병원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감염 현황과 조치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이날까지 메르스 확진환자 17명이 발생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의료진도 취재진도 ‘마스크’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오른쪽)이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로 삼성서울병원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감염 현황과 조치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이날까지 메르스 확진환자 17명이 발생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정부가 7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환자가 발생한 병원 6곳과 경유한 병원18곳의 실명을 공개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만수 경기 부천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잇따라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의 안전이 먼저’라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이에 떠밀려 이뤄진 ‘뒷북 공개’라는 비난이 나온다.

○ 뒷북 공개… 서울 빅5 병원 일부 포함돼

공개 배경에 대해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날 “병원 명단을 국민 안전 확보 차원에서 공개하고자 한다”며 “실제 감염 경로가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병원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늑장 공개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최 총리대행은 이날 “대통령께서도 3일 메르스 대응 민관 합동 긴급 점검회의에서 환자 발생 의료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시 이후 4일이나 지나서야 발표한 것이다.

최 총리대행은 “공개에 따른 후속 대책을 세우느라 발표가 늦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공개에 따른 혼란 해소책은 함께 발표하지 않았다. 명단에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유수의 대형 병원이 포함됐다. 이들 병원은 전국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가 몰리는 3차 의료기관이다. 이들 병원이 공개됨에 따라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면서 생기는 의료 공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없었다. 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 병원도 명단에 포함돼 이에 따른 지역 의료 공백도 우려된다.

서울지역의 한 대형 병원 의사는 “빅5 병원(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에는 메르스 외에도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하루 수천 명씩 몰린다”며 “당장 주중 진료가 시작되는 8일부터 이들 병원에 대혼란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소문만으로도 외래환자가 절반으로 줄었는데, 공식으로 명단이 나온 이상 무더기 진료 예약 취소 사태가 벌어질 것 같다”고 했다.

○ 발표 명단에 일부 오류

정부가 공개한 명단에 일부 오류가 있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7일 브리핑 시간을 몇 차례나 늦추면서까지 신중을 기했다지만 최초 발표 명단에 일부 오류가 생겼다. ‘서울 성동구 성모가정의학과의원’을 ‘경기 군포 성모가정의학과의원’으로, ‘경기 평택 평택푸른의원’을 ‘경기 평택 평택푸른병원’으로, ‘충남 보령시 삼육오연합의원’을 ‘충남 보령시 대천삼육오연합의원’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을 ‘서울 여의도구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잘못 표기했다. 명단에 포함된 ‘경기 부천시 메디홀스의원’의 경우 부천시에 이름이 같은 병원이 한 곳 더 있다. 부천시 괴안동의 메디홀스의원으로 명확하게 표시했어야 했다.

정부가 발표한 정확하지 못한 명단이 수정 없이 인터넷 등에 여전히 떠돌고 있다. 이런 오류 때문에 이름이 같은 병원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 발표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이름이 떠돈 병원들은 환자가 급감하는 등의 큰 피해를 봤다. 의원급의 경우 사실상 폐업한 경우도 있다.

○ 해당 병원들 “후속 대책은 없어 아쉬워”

명단이 공개된 병원들은 대부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한 것은 찬성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후유증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확진환자가 발생해 병원 전체가 격리된 한 병원의 경우 사람들이 접근을 꺼려 의료 물품이나 식료품 등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 곳도 있다”며 “심지어 간호사들이 3교대에서 2교대로 일하거나 식당 인력이 없어 간호사들이 밥을 나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군의 협조로 군대 내 간호사를 지원받는 곳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없을 경우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름이 공개된 한 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명단 발표와 관련해 병원과 사전 협의를 안 해 당황스럽다. 입원 환자들은 병실에서 나가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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