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불안한 기색 역력… 말 걸면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03시 00분


[메르스 2차 확산/병원 24곳 공개]명단 공개된 24개 병원 표정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5분 새 병원 정문을 지나간 사람은 단 5명. 대형 종합병원이라는 간판이 무색했다. 7일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곳으로 발표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주변은 공포에 잠겨 있었다.

○ “병원 옮기고 싶다”

평소 같으면 수많은 대기자로 붐볐을 1층 접수창구 대기석에는 단 6명이 앉아 있었다. 대부분 입에 마스크를 쓴 채 떨어져 앉았다. 환자나 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날 정부당국이 공개한 메르스 병원 명단을 놓고 갑론을박했다.

환자, 보호자 할 것 없이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자가 마스크를 쓴 채 말을 건네는데도 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응급실 진료를 받으러 왔다는 안모 씨(53)는 “언제 어떻게 메르스에 감염될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며 “계속 다니던 병원이라 찾아왔지만 마음 같아서는 병원을 옮기고 싶다”고 했다. 한 환자 보호자는 “출근하려는데 (병원 관련) 뉴스를 보고 회사에 (이 병원에서 환자를 돌봤는데 괜찮겠느냐고) 문의하니 오늘 쉬고 내일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며 민감한 분위기를 전했다.

○ 주변도 민감 반응

병원 주변도 두려움에 휩싸인 건 마찬가지였다. 평소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행렬로 교통체증을 겪는다던 지하철 3호선 일원역 1번 출구 앞에는 택시 두 대만 서 있었다.

인근 목련타운 아파트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 씨(여)는 “이 아파트에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많이 사는데 지금 밖에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평소 주말엔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손님이 전혀 없다. 사실 요새 같아선 손님이 차라리 안 오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7일 서울시교육청이 강남·서초지역 유치원, 초등학교에 8일부터 사흘간 휴업령을 내리자 학생들도 한층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학원에 가던 소모 양(17)은 “요새 친구들이 전부 마스크 끼고 서로 접촉도 잘 안 하는데 학원은 왜 휴강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 24개 병원에도 직격탄


정부가 7일 발표한 24개 메르스 환자 확진 및 경유 병원의 상황은 비슷했다. 지목된 병원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인근 상인들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에서는 이날 응급실 입구 탁자 앞에서 간호사들이 환자 방문객을 대상으로 일일이 ‘발열 확인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애초 ‘메르스 환자 2명이 발생한 병원’이라는 루머가 퍼졌던 이 병원에서 실제로 환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게 되자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대전 충남지역은 확진환자가 발생한 전국 6개 병원 가운데 절반인 3곳이 이 지역 병원이라는 사실이 공개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창일 건양대병원장은 이날 “관련 사실을 알게 된 직후부터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를 포함해 의료진과 실습 나온 학생 등을 모두 철저히 격리했다”며 “메르스 환자가 완벽히 격리된 병원이 오히려 청정지역”이라고 강조하며 지나친 공포감 확산을 경계했다.

상인들의 고심은 깊어졌다. 서울 강동구 365서울열린의원 인근의 한 볼링장 업체 사장 김모 씨(52)는 “메르스 사태 이후 주말 손님이 평소 500명대에서 300명대로 급격하게 줄었다”며 “건물주에게 임대료라도 깎아 달라고 빌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내 한 의류매장 직원은 “손님이 줄어든 건 기본이고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싶은데 고객을 응대하면서 그럴 수도 없어 곤란하다”고 하소연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손가인 / 부천=박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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