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텅 비고 결혼식엔 ‘봉투’만… 주말 삼킨 메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03시 00분


[메르스 2차 확산]
식당 매출 3분의 1토막… 백화점 한 층에 손님 5, 6명뿐
영화 관객 이틀간 20만명 줄고 집에서 TV시청은 늘어

서울 도심도… 7일 서울 광화문광장이 일요일인데도 평소와 달리 관광객이 크게 줄어 한산하다. 메르스 확산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고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해 시내 주요 관광지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도심도… 7일 서울 광화문광장이 일요일인데도 평소와 달리 관광객이 크게 줄어 한산하다. 메르스 확산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고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해 시내 주요 관광지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놀이공원, 마스크와 손 청결제가 품절된 대형마트, 준비된 자리를 다 채우지 못한 결혼식과 돌잔치. 메르스 확진자가 64명까지 늘어난 주말 대한민국 곳곳의 풍경이다.

○ “놀이공원에 사람이 너무 적어서 안심”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는 휴일의 놀이공원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썰렁했다. 휴일엔 두 시간은 기다려야 탈 수 있는 놀이기구 ‘아틀란티스’의 대기시간은 20분에 불과했다. 비수기 평일에도 못 미치는 이용객이 들었다는 게 롯데월드의 설명이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이건형 씨(44)는 “메르스 때문에 사람이 안 올 것 같아서 와봤다”며 “너무 적어서 오히려 안심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전국적인 상황도 비슷했다. 6일 속리산국립공원 법주사 지구를 찾은 탐방객은 1000여 명에 그쳐 2000∼3000명이 몰리는 평소 주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50·여)는 이날 “손님이 3분의 1로 줄었는데 주변 음식점도 다 그렇다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도심에서도 백화점과 영화관처럼 사람이 몰리는 곳의 방문객 감소가 뚜렷했다. 6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백화점에는 층마다 마스크를 낀 손님 대여섯 명이 돌아다닐 뿐이었다. 한 의류 매장 직원은 “주말엔 아이 손잡고 나들이 겸 쇼핑하는 손님이 많았는데 오늘은 전혀 없다”며 “말을 걸어도 마스크를 쓴 채 ‘알아서 보고 갈게요’라고 말하는 손님이 늘어 난감하다”고 전했다.

○ 한 번뿐인 결혼식·돌잔치에도 여파

영화관은 관객 감소가 통계로도 확인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5일)과 토요일(6일) 영화 관객 수는 101만3000여 명으로 약 121만9000명이던 일주일 전에 비해 20만 명 가까이 줄었다.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대형마트에서는 마스크와 손 청결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결혼식과 돌잔치 같은 가족행사 역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6일 서울 송파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결혼식은 지방에서 오기로 한 하객들이 메르스 때문에 상경을 포기해 준비된 좌석의 3분의 2가량만 채운 채 진행됐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예식장에서 결혼한 김모 씨(33)도 “‘메르스 때문에 직접 못 가고 축하의 마음만 전한다’고 양가에 일찌감치 알려온 하객이 적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7일 돌잔치 하객 임민영 씨(28·여)는 “잔치 장소 입구에 소독기까지 설치됐지만 손님은 절반밖에 안 왔더라”며 안타까워했다.

○ 한적한 장소 찾고 집에서 TV 보고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피하면서 주말을 즐기는 모습도 목격됐다. 6일 오후 10시경 서울 종로구 북악산 팔각정 입구는 서울 야경을 보러 온 연인들의 차로 북적였다. 이곳을 찾은 박모 씨(29·여)는 “갈 곳이 많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여기로 오자고 했다”며 “사람들과 떨어져 야경을 즐길 수 있어 요즘 같은 때 최적의 데이트 장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집에 머물며 TV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TV 시청률은 소폭 상승했다. 전체 TV 시청률은 지난달 26, 27일 평균 30.6%였지만 메르스 공포가 확산된 뒤인 이달 2, 3일은 평균 31.5%로 0.9%포인트 상승했다. 지상파 방송국 토요일 시청률의 합계도 5월 30일 20.4%에서 6월 6일 22.2%로 올랐다.

서울시 ‘공채 필기시험’ 13일 예정대로 ▼

한편 서울시는 13일 열리는 ‘2015년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을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시험엔 총 2284명 선발에 13만515명이 응시해 평균경쟁률 57.1 대 1을 기록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이새샘·김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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