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을 체포하면서 현장과 2km 떨어진 자택을 영장 없이 압수수색해 확보한 물건은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마약을 판매하고 복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모 씨(45)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오 씨는 2012년 10월~2013년 4월 필로폰 약 214g을 3300여만 원에 판매한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는 2013년 7월 18일 경남의 한 공원에 주차해 둔 외제차에서 필로폰과 대마초를 복용하다가 체포영장을 받아 추적한 검찰 수사관들에게 붙잡혔다. 차 안에서는 필로폰 316.2g이 발견됐다.
검찰은 오 씨를 체포한 이후 현장에서 2km 가량 떨어진 오 씨 자택을 별도의 영장 없이 압수수색해 허가 없이 불법 소지하던 1m 장검을 발견해 압수했다. 이후 3일 뒤에 법원에서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1심은 마약을 판매하고 복용한데다 장검을 허가 없이 갖고 있던 오 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8년을, 2심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검찰이 오 씨 자택에서 사전에 영장 없이 압수수색해 확보한 장검에 대해선 범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통상 체포 현장이나 범행 도중 또는 직후의 장소에서 긴급 상황이 벌어지면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하고 나중에 영장을 받을 수 있지만, 체포 현장에서 2km 떨어진 오 씨 자택이 이런 장소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오 씨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상 적법한 압수수색이라고 볼 수 없다”며 자택에서 확보한 장검을 제외하고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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