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북구 “칠성동 대형할인점 허가 안할수도 없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0일 03시 00분


대구 북구 칠성동 대형할인점 공사 현장. 북구와 시행사 간 개점을 둘러싼 법정다툼이 진행되면서 건물이 방치돼 주민들이 통행 불편 등을 겪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 북구 칠성동 대형할인점 공사 현장. 북구와 시행사 간 개점을 둘러싼 법정다툼이 진행되면서 건물이 방치돼 주민들이 통행 불편 등을 겪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8일 대구 북구 칠성동 남침산 네거리. 면적 3만5000여 m²에 6층 규모의 대형할인점 건물이 완공됐지만 몇 달째 텅 비어 있다. 북구가 “지역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개점 허가를 반려해 내부 마무리 공사가 중단됐다. 이곳에서 500여 m 안에는 다른 대형할인점 2곳과 복합쇼핑몰 1곳이 영업 중이며 1.4km 떨어진 곳에는 대구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칠성시장이 있다.

하지만 대구지법 제1행정부는 최근 시행사인 스탠다드퍼시픽홀딩스가 북구를 상대로 낸 ‘대규모 점포 개설 변경 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통산업발전법 등 법률을 검토한 결과 북구의 반려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형할인점으로 등록한 이상 식품 가전제품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매장을 구성해 판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판결의 배경은 북구가 2013년 7월 대형할인점 등록을 받아줬기 때문이다. 전임 구청장이 10여 년 동안 개발을 못 한 지역을 살리고 기업 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허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드러났다. 같은 해 10월 구청장 동생 이모 씨(52)가 시행사 대표에게서 5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올해 3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북구 관계자는 “당시 재판부가 단체장인 형의 지위를 이용해 거액을 받았고 이후 금품을 추가로 달라고 독촉한 점을 들어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 전임 단체장 일이지만 최근 행정소송 패소 이후 책임론이 불거져 난감하다”고 말했다.

북구가 전임 구청장 시절 비리로 얼룩진 대형할인점 허가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번 판결은 대구시가 2006년부터 전통시장 상권 보호 등을 위해 도심의 대형할인점 개점을 제한한 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유통법상 매장 면적 3000m² 이상인 경우 대규모 점포로 분류되며 지자체 조례에 따라 6개 업종(대형할인점 백화점 대형쇼핑몰 등)으로 나뉜다.

대구시의 제한 정책 이후 인허가권이 있는 대구지역 8개 구군이 대형할인점을 등록해준 사례는 아직 없다. 대구시 관계자는 “중구 남문시장 인근 대형할인점 등 지금까지 8개 점포의 도심 진출을 제한했지만 북구의 패소로 인해 차질이 예상된다. 소송이 끝나고 대형할인점이 문을 열면 다른 업체들도 잇달아 개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구가 항소하기로 했지만 상황은 낙관하기 어렵다. 시행사 측이 개점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 해결보다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구 관계자는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가구나 완구 같은 전문 쇼핑몰이 아니면 절대 개점이 불가하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승소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주변 동네 슈퍼마켓과 전통시장 상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칠성시장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대구시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항소 진행 상황에 따라 반대 집회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칠성동#대형할인점#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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