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북]호남지역도 메르스 비상… 거리엔 사람들 발길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0일 03시 00분


“돌아다니다 지역내 감염될라”… 상가-음식점도 개점휴업 상태
방문객 줄어 관광업계도 직격탄

전북 김제와 순창에서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호남 지역도 초비상 상태다.

특히 김제 환자가 격리 조치되기까지 병원을 네 곳이나 돌아다니면서 직간접으로 접촉한 사람이 369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지역 내 감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 지역의 거리에는 사람들 발길이 뚝 끊기면서 상가와 음식점들도 개점휴업 상태다. 각종 행사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당국의 안이한 대응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9일 전북 순창군 순창읍에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 주민들의 왕래가 드물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9일 전북 순창군 순창읍에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 주민들의 왕래가 드물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전북, 제2의 메르스 확산 진원지 되나

8일 김제에서 A 씨(59)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전북은 9일 현재 확진 2명, 병원 격리 7명, 자가 격리 516명, 능동감시대상 86명이 됐다. 확진환자 2명은 전주의 종합병원 음압병실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A 씨는 삼성서울병원에 장모 문병을 갔다가 14번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뒤 김제에서 병원 4곳을 다니고 정형외과에서는 이틀이나 입원까지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입원한 상태에서 의료진은 물론이고 함께 입원해 있던 다른 환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A 씨 접촉자 367명은 모두 자가 격리 조치됐다. 이 때문에 김제 시내는 행인들이 급격히 줄었고 상가와 음식점도 손님이 뚝 끊기다시피 했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으려 해 병원과 약국도 대부분 한산하다. 김모 씨(62·여)는 “매일 하는 새벽운동을 나가지 않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기가 겁나 장도 안 보고 있다”며 “하루빨리 메르스가 진정돼 친구들도 만나고 운동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창읍내도 농번기이기는 하지만 행인이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오가는 사람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다.

전북은 전체 962개 학교 가운데 12.3%인 118개가 휴업 중이다. 김제가 65개교로 가장 많고 순창은 1곳을 제외한 모든 학교(25개교)가 휴업에 들어갔다. 전주 11개교, 장수 7개교, 정읍 4개교, 남원 임실 각 3개교 등이다.

각종 축제와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전주시는 20, 21일 덕진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단오행사를 취소했고 20일 예정된 전주시민의 날 행사도 잠정 연기했다. 14일 전주시내에서 열기로 한 ‘6·15 공동선언 기념 통일 마라톤대회’도 연기됐다. 한국해상풍력이 9, 10일 부안 위도와 부안읍에서 열기로 했던 사업설명회도 24, 25일로 연기됐다. 고창군은 19∼21일 선운산 일대에서 열 예정이던 ‘복분자와 수박 축제’를 취소하고 ‘한옥자원 상설공연’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도시민들이 지역에서 생산된 오디와 복분자 블루베리 등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농산물 판매량이 줄어 농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순창의 한 농민은 “군 전체에서 확진환자 1명이 나왔을 뿐이고 감염 우려가 있는 사람은 모두 격리돼 농산물은 안전하다”며 과잉반응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 광주-전남, 사전 차단에 총력

광주 남구 보건소에는 8, 9일 메르스 관련 문의 전화가 100통 이상 걸려왔다. 순창 확진환자 B 씨(72·여)를 진료했던 병원 2곳의 의료진 3명이 남구에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다. 주민들은 “아파트가 어디냐” “우리 아파트는 반드시 방역소독을 해 달라”는 주문을 쏟아냈다. 보건소 측은 “의료진은 B 씨를 진료했을 뿐 감염된 것이 아니다”라며 불안감을 잠재우려 애썼다.

광주전남은 아직 메르스 확진환자가 없다. 환자 접촉, 발병 병원 입원·방문, 의심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39명이다. 광주시는 12, 13일 예정된 대인예술야시장의 ‘별장’과 예술의거리 ‘나비야 궁동가자’ 행사를 취소했다. 재래시장도 손님이 줄고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울상이다.

홍정희 대인시장 상인회장(69·여)은 “관광 산업이 스톱되면 재래시장 상권도 영향을 받는다”며 “메르스 발병 이후 매출이 절반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신세계백화점은 이달 들어 7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9% 줄었다. 우치동물원도 평소 주말에는 관람객 3500명 정도가 찾았으나 6, 7일에는 1366명으로 줄었다. 놀이공원인 광주패밀리랜드는 평소 주말 관람객이 3000∼4000명 수준이었으나 6, 7일에는 1000명 수준으로 70% 감소했다.

광주U대회 조직위도 다음 달 3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대회를 앞두고 메르스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조직위와 질병관리본부, 시 직원 200명을 투입해 선수촌 입구 11곳과 본부호텔, 미디어촌 등 모두 15곳 정도에 발열감지기를 설치해 메르스 관찰을 강화키로 했다. 선수촌 병원에 메르스 격리실을 설치해 의심환자 발생 때 즉시 격리하기로 했다.

전남지역 관광업계도 메르스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달 중 무안공항으로 들어오는 중국 전세기 5편이 취소돼 700여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방문을 포기했다. 전남의 섬 관광지를 연결하는 선박을 이용하는 관광객도 크게 줄었고 담양 죽녹원, 메타세쿼이아길도 방문객이 줄어 한산하다.

김광오 kokim@donga.com·이형주 기자
#호남지역#메르스#비상#방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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