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얻다 대고 반말지거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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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
손진호 어문기자
“네가 나한테 대들어? 얻다 대고 말대꾸야.” 한동안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땅콩 회항’때 나온 ‘갑질’ 멘트다. 여기에 등장한 ‘얻다 대고’란 표현은 2년 전 ‘100명 중 99명이 틀리는 맞춤법’ 게시물에 올랐던 말이다.

한 누리꾼이 국립국어원에 “‘어따 대고’와 ‘엇다 대고’ 중 무엇이 맞느냐”고 묻자, “둘 다 틀리고 ‘얻다 대고’가 맞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질문자는 둘 중 하나는 틀림없이 맞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사실은 모두 틀렸다는 것이다. 두 해가 지난 지금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얻다’가 ‘어디에다’의 준말임을 모른 채 ‘어따 대고’와 ‘엇다 대고’를 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얻다 대고’ 못지않게 자주 틀리는 말이 ‘반말짓거리’가 아닐까 싶다. 흔히들 ‘반말을 하는 일’을 ‘반말하는 짓’으로 생각하고 ‘반말짓’에 ‘-거리’를 붙여 반말짓거리로 쓴다. 센 어감 때문에 필자 역시 무의식중에 쓰기도 한다. 허나, 틀렸다. 이 말은 ‘반말’에 ‘-지거리’가 붙은 것이다. 그러니 ‘반말지거리’가 옳다. ‘욕’에 ‘-지거리’가 붙어 ‘욕지거리’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에 앞서 ‘반말하는 짓’을 뜻하는 말은 ‘반말짓’이 아니라 ‘반말질’이다. 여기에 쓰인 ‘-질’은 일부 명사에 붙어 주로 좋지 않은 행위라는 뜻을 더해준다. 주먹질 싸움질 갑질 등을 들 수 있다. 그러고 보니 ‘갑질’은 요즘 들어 입말로서뿐 아니라 신문 방송에도 자주 등장한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행위를 통칭하기 시작했다. 요즘 추세라면 표제어로 삼는 걸 검토할 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상징하는 낱말이어서 마음은 불편하다. 아 참, “그 따위 짓거리 당장 그만두라”고 할 때는 ‘짓거리’가 옳다. ‘짓’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욕지거리와 욕지기를 헷갈려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글꼴이 비슷해서일 것이다. 욕지거리는 ‘욕설’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지만 욕지기는 ‘욕’과는 눈곱만큼도 관계가 없다. ‘토할 듯 메스꺼운 느낌’, 즉 구역질이 난다는 뜻이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지면서 욕설이 넘쳐난다. 욕을 언어의 윤활유로 보는 이도 있지만 욕이 일상화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 욕을 없애는 방법? 욕먹을 짓을 하지 않으면 욕을 하는 사람도 없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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