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메르스 노출자 진료 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 서북병원 입구에 들어서자 붉은 글씨로 적힌 안내문이 보였다. 고열,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세가 있다면 병원 안으로 바로 들어갈 수 없다. 노출자 진료 병원은 메르스 증세가 가벼운 환자나 의심환자가 치료받는 병원이다.
바이러스와 세균을 막는 효과가 있는 N95 마스크를 쓰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곳은 병원 주차장 끝에 설치된 흰색 천막으로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인 환자들이 진료를 받는 ‘선별 진료소’다. 천막으로 진료소를 마련한 이유는 혹시라도 본 건물에 있는 다수의 환자와 의료진이 메르스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서북병원의 선별 진료소에서는 일대일 진료가 한창이었다.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과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진료소는 접수, 체온 측정, 일대일 진료, 가래 채취 등 네 구획으로 나뉘어 있었다. 비닐소재 방역복에 덧신과 장갑을 착용한 채 환자를 맞이했다.
환자 A 씨(60)는 “사무실 옆자리 동료가 중동에 다녀온 뒤 감기 증세를 보였는데 5일부터 독감 증세가 있었다”고 말했다. 체온계는 37.5도를 가리켰다. 중동에 다녀온 사람을 접촉한 뒤 증상이 나타나 메르스 감염이 의심스러운 상황. 의사는 바로 옆 가래 채취실로 안내했다. 보건환경연구원에 보낼 검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3시간째 천막에서 진료하던 한 의사는 “감기 증세가 계속되는 환자들이 어제부터 무작정 메르스 검사를 하려고 찾아온다”며 “가끔 이 때문에 다투기도 한다. 또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진료하는 것이 괴롭지만 다른 환자들과 섞이지 않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또 다른 노출자 진료 병원인 경기 수원의료원에서는 간이 음압병실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6층(12병상), 5층(22병상)에도 음압병실이 있지만 추가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공간을 늘리는 것이다.
공사가 진행 중인 3층엔 철재를 자르는 소리가 가득했다. 인부들은 6인실에서 병상을 모두 꺼내 빈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간호사들이 업무를 보는 중간 지역을 기준으로 양쪽에 간이문도 설치하고 있다. 간이문은 환자들이 있는 오염구역(dirty zone)과 의료진이 있는 비오염구역(clean zone)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
병원 관계자는 “18개의 간이 음압시설이 들어오면 기존에 6인실로 사용하던 공간도 1인실처럼 사용할 것이다”며 “복지부가 제시한 기준 2m 거리보다 훨씬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황의수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과장은 “기존 105개 국가지정격리병상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43병상을 추가했고 33병상을 더 늘리기 위해 공사 중”이라며 “181개 병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인데 현재로서는 이것이 충분하다고 확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호흡기질환 환자가 다른 환자와 분리돼 진료받는 ‘국민안심병원’도 지정해 12일 발표할 예정이다. 보건당국은 최대한 많은 병원을 국민안심병원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다양한 병원들이 국민안심병원 신청을 하고 있고, 이 중에는 인지도가 높은 대형 병원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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