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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주제는 ‘호국보훈’]<109>軍비하 표현, 이제는 그만
“주위에서 ‘군바리’라는 소리를 들으면 모욕감을 느낀다. 군인에게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다’는 자긍심이 전부인데….”(육군 이모 중령)
‘군바리’의 사전적인 의미는 ‘군인(군대에서 복무하는 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그 유래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인터넷 누리꾼들은 군바리의 어원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남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인 일본어 ‘시다바리’가 우리나라에서 ‘하수인’의 의미로 쓰이면서 군인과 시다바리를 합성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몸이 작고 다리가 짧은 애완견을 통칭하는 ‘발바리’와 결합해 ‘나라 지키는 개’라는 의미로 군바리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군 내부에서조차 병사들이 ‘군바리’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를 두고 2012년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군바리’를 포함해 ‘개목걸이(인식표)’, ‘병아리(신병)’ 등 비속어를 사용하는 장병에게 강등, 근신, 휴가 제한, 영창 등 징계 처분을 내리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했을 정도다.
이처럼 우리 국민이나 군인들은 군바리가 군인을 비하하는 단어라는 걸 알면서도 생활용어처럼 사용하고 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직장인 이모 씨(37)는 “군을 비하하는 발언을 들을 때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면서도 “그래도 가끔 농담식으로 ‘군바리’라는 말을 쓰곤 한다”고 말했다.
장소원 서울대 교수(국문학)는 “‘군바리’ 같은 단어는 군사정권 등 역사적으로 좋지 않은 기억이 군인을 통틀어 얕잡아 부르는 언어생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위층의 병역비리, 철저한 ‘상명하복’ 속에 부조리를 참아야 하는 군대문화 등 군과 관련한 나쁜 이미지가 일반인의 언어에까지 투영됐다는 얘기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언어는 일상생활과 문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군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표현은 자제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3군사령관(대장)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은 “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치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면 군인은 계속 ‘군바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군 내부에서부터 언어를 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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