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국립현대미술관장 못 찾나 안 찾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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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영국 테이트미술관 니컬러스 세로타 총관장은 27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주목받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글렌 로리 관장은 20년째 요지부동이다. 장기 집권이 가능한 이유는 능력 있는 인재를 뽑아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이들은 2002년부터 미술 전문지 ‘아트 리뷰’가 발표하는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 상위권에서 빠지는 법이 없다.

▷국내 미술계가 국립현대미술관장 인선을 놓고 시끌시끌하다. 전임 관장 중도 하차 후 8개월째 비어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새 관장을 뽑기 위해 1월부터 시작된 인선 절차가 원점으로 회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채용 절차를 백지화하고 ‘관장 재공모’를 결정했다. 그러자 최종 후보에 올랐던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이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종덕 장관을 ‘문화 부문 사이코패스’에 빗대며 “내 편이 아니었던 사람은 수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상대 출신에 미국에서 미술을 공부한 최 전 관장은 ‘괄목 홍대’를 언급했다. 서울대 미대와 홍익대 미대, 미술계 양대 파벌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홍익대 출신 장관의 학맥 인사를 걸고넘어진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술계 의견 수렴 과정에서 역량 문제가 제기됐고 자체적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최종 후보들의 이름이 흘러나올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미술계 인사도 상당수였다. 그렇다 해도 국립오페라단장 임명 파동을 비롯해 문체부의 독단적 인사행정이 줄줄이 잡음을 빚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 미술계에 이렇게 인재가 없냐는 자탄도 나온다. 공모제 대신 임명제로 하자거나, 축구대표팀을 바꿔놓은 울리 슈틸리케 같은 인물을 영입해오자는 목소리도 있다. 임기 2년의 관장을 뽑는 데 얼마나 더 시간을 허송세월할지 모르게 생겼다. 대한민국 미술계 간판 수장에 누가 뽑히든 고질적인 학맥과 파벌 다툼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걱정스럽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니컬러스 세로타#국립현대미술관장#괄목 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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