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선]빈민국 아동들 노동해방… 우리나라도 적극 관심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2일 03시 00분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개발본부장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개발본부장
지난해 방글라데시에서 만난 열 살 자히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자 오토바이 정비 일을 하고 있었다. 오전 9시부터 꼬박 12시간을 일하고 받는 일당은 한화로 200원도 되지 않는다. 아동에게 기술을 가르쳐 준다는 명목으로 급여를 매우 적게 주기 때문이다. 안전장치 하나 없는 노동 현장에 내몰린 아동들은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충분한 놀이의 기회가 없어 정서적으로 불안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다양한 직업 선택의 기회가 박탈돼 가난이 대물림되기 쉽다.

오늘(1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이다. 교육 경쟁이 열띤 한국에서는 아동노동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 있지만 지구촌 곳곳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1억6000만 명이 넘는 아동이 노동 현장에 내몰리고, 그중 절반 이상인 8500만 명은 위험하고 가혹한 형태의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이 중 노동으로 목숨을 잃는 아동은 매년 2만2000명을 넘는다.

아동이 있어야 할 곳은 노동 현장이 아닌 학교다. 지구촌의 많은 아동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아동노동 평균 임금이 월 1만 원 남짓이라는 ILO의 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으로 얻는 임금이 아동의 미래와 맞바꿀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고 보기 어렵다.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동을 노동의 현장으로 보내는 부모와 그 아동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고용주, 그리고 이러한 현실에 눈감고 있는 해당 국가 지도자 등 아동을 보호해야 할 어른들이 당장의 유익을 위해 아동의 미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올해 ILO는 아동노동 근절의 해결책으로 ‘교육’을 언급했다. 의무교육과 제도적인 차원에서의 아동보호,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굿네이버스도 해외 교육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를 건축하고, 교육 기자재와 학용품을 지원하며 방과후 교육과 부모 대상 교육을 시행한다. 아동노동과 조혼 등의 사회적 이슈에 맞서 아동 스스로 아동권리를 인지하고, 주변에 알리는 옹호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 학교 대신 정비소로 향했던 자히드도 이제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어머니는 굿네이버스 방글라데시 지부의 소득증대사업을 통해 가게를 열었고, 정기적인 수입이 생겨 자히드가 더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지난달 전 세계 167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2015 세계교육포럼’에서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고, 평생학습 기회를 진흥하자는 인천선언이 합의를 이룬 만큼 전 세계 각 국가와 유엔, 비정부기구(NGO)들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우리 국민과 정부 역시 국제사회에서 아동노동이 사라지고 모든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협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개발본부장
#빈민국#아동#노동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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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5-06-12 12:13:06

    저소득층에 1급 중증장애아 까지 있어 장애 수당으로 근근히 생활하는 가정이다. 대학생인 누나는 아르바이트와 저소득층 국비 장학금으로 대학을 다닌다. 한데 누나가 아르바이트 수입이 있다고 장애수당을 삭감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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