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나친 ‘메르스 공포증’ 떨치고 일상으로, 기본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3일 00시 00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차 유행의 출발점인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있었던 마지막 날로부터 2주가 지났다. 어제 방역당국의 발표로 추가된 감염환자는 4명이다. 하루 전 14명에서 크게 줄어든 셈이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가 2주임을 고려할 때 2차 유행은 끝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관건은 3차 유행의 차단이다. 감염 가능 대상자가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 한 산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하겠지만 3차 유행이 없으면 메르스는 일단 수그러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환자의 기침 재채기 등에서 나오는 비말(飛沫)로 전파되며 공기를 매개로 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에서도 확인됐다. 경기 평택에서 한 경찰관의 감염경로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평택박애병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기 감염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그것도 ‘병원 같은 특수한 공간’에서의 얘기다. 비말과 공기의 중간 형태인 에어로졸에 실려 감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그 정도로는 지역사회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견해다.

방역당국은 3차 유행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사회 감염이 없는 이상, 국민은 과민 반응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다. 어제 가톨릭중앙의료원장과 8개 부속병원 원장들이 발표한 ‘메르스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선언문’도 “메르스는 안전수칙만 잘 따르면 확실하게 예방이 가능하다. 근거 없는 소문은 무시하고 이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일상생활에 복귀하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메르스 안전수칙도 손을 자주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일회용 티슈나 소매로 입을 가리는 등 우리가 초등학교 때 배웠던 기본적인 내용이다. 결국 정부나 개인이나 ‘기본’이 중요한 것이다.

위축된 경제를 살리는 일도 시급하다. 이달 들어 11일까지 메르스 여파로 한국 방문을 취소한 외국인이 10만 명에 육박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몰려오지 않자 서울 명동 등의 화장품점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매출도 크게 떨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6월 말까지 끝난다면 4조 원, 8월 말까지 이어지면 20조 원의 피해가 날 것으로 예측한다. 국민은 이제 미뤘던 야외활동과 쇼핑, 외식을 다시 시작하고 기업들도 내수를 살리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메르스 1번 환자가 확진된 지난달 20일로부터 4번째 맞는 주말이다. 방역당국과 병원들은 메르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부는 초기 대처에 실패해도 우리 국민이 언제나 단결된 모습으로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이번에도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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