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하모 씨(29)는 이달 초 친구 7명과 함께 헌혈하기로 한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하 씨는 2009년 교통사고를 당한 친구를 위해 헌혈을 한 뒤 석 달에 한 번 꼴로 꾸준히 헌혈을 해왔다. 하 씨는 “젊은 사람도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메르스 사태가 진정이 되면 헌혈을 계속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 여파로 대한적십자사가 고민에 빠졌다. 하 씨처럼 메르스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헌혈 예약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가 특히 우려하고 있는 문제는 단체 헌혈자의 급격한 감소다. 대한적십자에 따르면 3~9일 헌혈 예약을 취소한 단체는 고등학교 29곳, 군부대 10곳 등 모두 51개소다. 통상 전체 헌혈자 중에 33%가 단체로 참가하는 이들이다.
특히 메르스 확산의 거점지역인 수도권 일대에서 헌혈 취소 사례가 줄 잇고 있다. 수원시, 오산시, 화성시 등 경기 31개 지역에 혈액공급을 담당하는 경기혈액원의 경우 헌혈자 수가 지난해 6월 초에 비해 70%대로 떨어졌다. 유성렬 경기혈액원장은 “지난해 일일 평균 헌혈자 수가 640명은 됐는데 최근 4일간 400~500명 선에 그치고 있다”며 “혈액 수급양보다 출고량이 두 배가 된 상황이라 모두들 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적십자는 줄어든 단체 헌혈자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한 홍보 활동을 강화해 개인 헌혈자로 대체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주 후반에 접어들며 개인 헌혈자들이 많아져 예년과 하루 평균으로는 비슷한 수급량을 보이고 있지만, 다음주에는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헌혈자 수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 원장은 “헌혈한 경험이 있는 분들께 헌혈 촉구 메시지를 보내고 대학교 등에 차를 보내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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