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다고… ‘메르스 거짓말’ 직장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3일 03시 00분


‘안녕하세요. ○○○ 신랑입니다. 메르스 양성 반응 나와서 대학병원에 있습니다. 지금 자고 있어서 일어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9일 오전 충북 청주의 한 건설회사 직원이 회사에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보낸 사람은 이틀째 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던 20대 여직원 A 씨의 남편이었다. 회사 사장 B 씨(75)는 청원구 보건소에 곧바로 문자메시지 내용을 알렸다.

청원구 보건소는 발칵 뒤집혔다. 이날까지 관할 지역에 확진 환자는 물론이고 의심 증상을 보인 사람도 접수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보건소 측은 급하게 A 씨에게 연락했지만 통화에 실패하자 경찰에 연락해 A 씨의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A 씨의 체온은 정상이었다. 메르스 증상인 기침과 오한 등도 없었다. 보건소 직원과 경찰이 추궁하자 A 씨는 “회사에 나가기 싫어서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했다.

청원구 보건소 관계자는 “충북에서도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상태에서 이런 신고가 들어와 초비상이 걸렸었다”며 “확진환자가 아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요즘 같은 비상사태에 이런 거짓말을 하다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도 일하기 싫다는 이유로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를 퍼뜨린 백화점 직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12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한 대형백화점 매장 직원 C 씨(20·여)는 5일 남자친구 D 씨(21)에게 “백화점 직원 중에 메르스 환자 2명이 있는데, 백화점이 영업을 중단하기 싫어 사실을 숨긴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D 씨는 페이스북 활동이 활발한 E 양(15)에게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소문을 내달라고 요청했고 E 양은 이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해당 글에는 ‘좋아요’ 5000회, 댓글 1100여 개가 달렸고 약 12시간 뒤 허위 사실을 알게 된 E 양이 직접 삭제했다. 해당 백화점 측의 고소로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추적 끝에 두 사람을 붙잡았다. C 씨는 “백화점이 영업을 중단하면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허위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두 사람을 입건했다.

한편 울산의 한 자치단체 공익근무요원 이모 씨(21)는 자신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처럼 진단서를 꾸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받고 있다. 이 씨가 위조한 진단서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담당 의사의 이름 및 서명과 함께 ‘메르스 확진 판정자로서 자택격리 조치를 요함’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청주=장기우 straw825@donga.com / 이건혁 기자
#메르스#거짓말#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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