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제2의 메르스’사태 대비… 의료정보시스템 개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3시 00분


메르스 불안이 전국을 삼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차분하게 이 사태의 원인과 대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평택성모병원의 1차 확산은 그동안 국내 의료계가 진행해 온 병원감염 예방 대책이 지방 중소병원에까지는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향후 병원감염 대책의 나아갈 방향을 시사해 주는 나침반이기도 하다.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한 2차 확산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대책을 찾아야 한다. 1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원 측은 이 환자의 중동여행 직후의 발병을 근거로 메르스 감염을 의심해 철저한 격리를 통해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14번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는 평택성모병원에서 진료받았는지를 알지 못해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이틀이 지난 뒤에나 파악했고 이 3일간의 방치가 2차 확산을 촉발했다. 1차 혹은 2차 의료기관의 진료기록을 3차 의료기관이 공유할 수 있었다면 메르스 불안은 조기에 끝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의료기관 간의 정보 단절로 인한 불편함을 항상 겪고 있다. 환자가 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다가 두 번째 의료기관을 찾아가면 이곳에서 거의 모든 검사를 다시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의료기관 간에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것은 평상시에는 단지 불편함에 그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는 감염병 확산의 큰 원인이 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도 환자의 기본적인 의료정보를 즉시 확보하지 못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가능성에 우리는 아직도 무감각하다. 작은 카드나 칩에 환자의 정보를 얼마든지 담을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귀중한 생명을 잃고 있는 현실을 더이상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개인이 받은 진료의 기록이 의료기관별로만 저장이 되고 긴급한 상황이 지나가 버린 뒤에 진료비를 청구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되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진료기록을 즉시 국가 의료정보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하고 그 정보를 환자 본인 및 본인이 허락하는 의료인만 열람할 수 있는 의료 정보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다. 의료정보는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는 중요한 자료이므로 이를 국가가 관리하고 의료인들에게 개방하는 것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또한 최근에 충분히 개발돼 있다. 예를 들어 국가 의료정보 DB에 접근해 개인의 의료정보를 열람하는 것을 환자 본인의 지문 인식 등의 방법으로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개인에게 언제든 응급상황이 닥칠 수 있는 것처럼 바이러스 감염 또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인 응급사태이다. 이러한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국가 의료정보 시스템의 개발을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박상수 을지대 의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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