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주문 10배 폭증… 공장 24시간 돌려도 기쁘진 않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메르스 파장]경남 양산시 ㈜엠씨 공장 르포

16일 경남 양산시 ㈜엠씨 직원들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일부 업체에서는 밤샘 작업을 해가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양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16일 경남 양산시 ㈜엠씨 직원들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일부 업체에서는 밤샘 작업을 해가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양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16일 경남 양산시 원동면의 한 공장. 약 10m² 넓이의 작업장에서 커다란 기계 두 대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한 대는 합성섬유를 가공해 납작한 마스크 몸체를, 다른 한 대는 귀에 거는 흰색 고무줄을 만드는 기계다. 흰색 위생복과 마스크, 장갑으로 ‘무장’한 10명의 직원은 두 대의 기계가 쏟아내는 부품을 모아 황사 예방용 마스크를 만들어냈다.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이달 5일부터 24시간 가동에 들어간 마스크 제조업체인 ㈜엠씨 공장의 풍경이다. 직원들은 열흘 넘게 단 하루도 쉬지 못한 상태. 직원 20명이 2, 3교대를 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해 최근 아르바이트생 5명을 고용했다. 메르스 사태로 주문량이 10배로 폭증했기 때문이다. 2년 전 설립된 엠씨는 원래 산업용 필터를 만들었지만 올해부터 신규 사업으로 마스크 생산을 시작했다. 정연규 대표(38)는 “지난달까지 하루 평균 2000개 정도 생산했는데 주문이 일정하지 않아 쉬는 날도 많았다”며 “그러나 요즘은 하루 2만여 개를 만드는데도 주문이 쏟아져 벌써 2개월이나 밀린 상태”라고 했다.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가지만 정 대표를 비롯해 직원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메르스 환자가 늘어나고 사망자도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메르스로 일감이 늘었지만 많은 분들이 고통받고 있어 기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의 특성상 무엇보다 위생이 중요하다”며 “매일 아침 직원들의 체온을 재고 조금이라도 몸이 아픈 직원은 바로 병원을 찾게 한다”고 덧붙였다.

급기야 본사가 있는 부산에서도 확진환자가 발생해 보건당국이 비상근무에 들어가자 그는 조금이나마 도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방역과 역학조사에 나서는 공무원들의 마스크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12일 금정구에 마스크 800개를 기증했다. 이어 14일 첫 환자(81번)가 숨지고 부산의 두 번째 환자(143번)까지 발생하자 15일 부산시에 추가로 마스크 3200개를 전달했다. 비용은 엠씨와 마스크 판매업체인 팜피앤피㈜가 절반씩 부담했다. 정 대표는 “매일 생산되는 마스크를 보면서 메르스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함께 힘을 모아 이겨내야 할 시기인 만큼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엠씨뿐 아니라 유한킴벌리와 3M 등 대형 마스크 제조업체들도 메르스 여파로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생산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원래 이 업체들은 공장을 하루에 8∼10시간 가동했다. 최근 매출도 메르스 발생 이전의 2,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유한킴벌리 측은 “봄철에는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수요가 늘어 마스크 물량을 충분히 준비해놓았지만 메르스 사태의 여파가 워낙 커 공장을 풀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최근엔 수입 물량도 늘리고 있다. 국내 생산만 고수하던 유한킴벌리는 최근 미국 업체로부터 의료용 마스크를 긴급 조달했다. 3M 역시 수입량을 늘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기준만 충족한다면 수입 제품들을 가능한 한 빨리 인증해주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준을 통과했다는 자료가 있다면 제품 인증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마스크가 일회용이기 때문에 재고 소진율이 높아 수요가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3M 관계자는 “국내 생산량을 급히 늘렸고 수입 물량 유통에 대한 준비도 어느 정도 끝나 이번 주부터는 시중에 어느 정도 물건이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양산=강성명 smkang@donga.com /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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