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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주제는 ‘호국보훈’]<113>‘국가안보 보루’ 자부심 회복을
‘전투모는 삐딱하게, 상의는 풀어 헤치고….’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비군의 모습이다. 여름에는 전투복 상의를 아예 벗고 다니고 겨울에는 전투복에 운동복을 껴입기도 한다. 오죽하면 “멀쩡한 사람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모두 개가 된다”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이는 일반인에게 ‘현역 군인’처럼 보이기 싫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예비군 1∼6년 차가 모인 훈련장에서 단정한 모습을 하면 제대한 지 얼마 안 됐다고 보는 시선을 불편해하는 경향도 있다. 최근 예비군 훈련을 받은 김모 씨(28)는 17일 “디지털 무늬로 바뀐 신형 군복을 입고 있는 예비군은 복장이 단정한 반면 그 이전의 얼룩무늬 군복을 입을 사람들은 색깔이 옅을수록 복장이 흐트러진다”고 말했다.
‘예비군은 원래 흐트러져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작용한다. 왜곡된 ‘예비군 효과’다. ‘나를 움직이는 무의식 프라이밍’의 저자인 충남대 전우영 교수(심리학)는 “예비군 효과는 예비군복을 입어서 발생하는 익명성이 자기 통제 동기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투복 등 복장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으면 귀가 조치한다”면서도 “하지만 훈련장에서 집을 오가는 과정에서 흐트러진 복장을 하는 것까지 막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2박 3일’ 동원훈련장에서 음주를 하거나 화투를 쳤다는 무용담도 있다. 예비군들은 훈련장의 간부나 장병들의 통제를 제대로 따르지 않아도 엄격하게 처벌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악용하는 것이다.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벌어지고 민원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국군 29초 영화제’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은 ‘대한민국 군인은 아이들의 우상이다’ 동영상에는 예비군 3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무단횡단을 하려다 여자 어린이가 “군인 아저씨다”라고 외치자 다시 기다렸다가 신호를 지켜 횡단보도를 건넌다. 씁쓸한 예비군의 현주소다.
전문가들은 예비군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국방부 김봉열 예비전력과장은 ““예비군은 국가와 지역을 방위하는 핵심 전력이자 국가 안보의 마지막 보루”라며 “유사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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