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소방서 메르스 전담 구급대원 박광표 소방교(33·사진)의 얼굴은 습기로 가득 찬 고글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입고 있던 방역복을 벗자마자 온몸에 맺힌 땀이 주차장 바닥을 적셨다. 17일 오후 3시경 본보 기자와 만난 박 소방교는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인 10대 청소년을 병원에서 자택으로 옮겨 격리시키고 막 복귀하던 차였다. 그는 2시간 넘게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는 9일부터 메르스 전담 구급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병원 직원인 박 소방교의 부인은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그가 자원했다는 말에 적잖이 섭섭한 표정이었다. 박 소방교는 지난해에도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해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자원해 내려갔다. 그는 동료 5명과 함께 2인 1조로 근무 중이다. 하루 평균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그는 “출동 요청이 떨어지면 철렁하지만, 불안감에 휩싸인 환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산 초기에는 구급대원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처음 출동한 현장에서는 동네 상인들로부터 “손님 떨어지니 돌아가 달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구급차를 눈에 띄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에 먼 곳에 주차한 뒤 걸어간 적도 있었다. 일부 시민들의 이런 반응이 섭섭할 만도 하지만 그는 “지금은 주위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이 더 많다”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그 역시 심리적인 두려움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한 듯했다. 딸(5)과 아들(3)이 귀가한 그에게 안기려 할 때 “지저분하니까 만지면 안 돼”라며 손사래를 치는 기분이 편하지만은 않다. 박 소방교는 “소방대원부터 시민들까지 서로 믿고 메르스 사태를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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