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아 자정까지 돌봐주는 ‘올빼미 어린이집’이 다음 달 서울지역에 첫선을 보인다. 현재 야간에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어린이집이 70%에 달하지만 올빼미 어린이집이 확대되면 모든 가정이 필요할 때 야간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거점형 시간연장 어린이집’이 하반기 시범 실시된다. 서울시는 이달 말까지 국공립 어린이집의 신청을 받은 뒤 다음 달 5곳 내외를 거점형 시간연장 어린이집으로 선정해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25개 자치구에 하나씩 설치하는 게 목표다.
현재도 야간에 아이를 봐주는 시간연장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일부 개별 어린이집이 맞벌이 가정 등의 요청에 따라 주간에 이어 야간까지 아이를 돌보는 것이다. 그러나 정원이 많지 않다 보니 야간에 소수의 아이만 남겨져 정상적인 교육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웠다.
또 아이들이 느낄 소외감도 문제였다. 교사들의 고충도 컸다. 인력 부족으로 주간 근무를 마친 뒤 야간 근무까지 해야 했던 것. 야간에 교사 한 명이 어린이집에 남아 있어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그나마 이런 시간연장 서비스를 실시하는 어린이집은 서울 전체 어린이집 6742곳(지난해 12월 기준) 가운데 2000곳(29.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맞벌이 부모는 급한 일 때문에 갑자기 야근을 하게 되면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반면 새로 선보이는 올빼미 어린이집은 일정 지역 내 어린이집들의 야간보육을 대표해 실시하는 곳이다. 부모가 미리 ‘거점 시간연장 보육 이용신청서’를 제출한 뒤 급하게 야간까지 맡길 일이 생기면 당일 오후 3시까지 통보하면 된다. 그러면 아이는 오후 6시 거점형 어린이집으로 이동해 다른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밤 12시까지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시간연장 어린이집은 연령과 상관없이 통합반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거점형 어린이집은 별도 야간 교사가 투입되고 연령별로 반이 꾸려져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부모가 부담하는 추가 보육료도 없다.
일부에서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아이들이 익숙한 어린이집 대신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 낯선 교사 및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또 일반 어린이집에서 거점형 어린이집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교통안전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까닭에 현재 시간연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학부모 200명을 대상으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거점형 어린이집 도입에 ‘찬성’(40.3%)보다 ‘반대’(54.3%) 의견이 많았다.
서울시는 강제가 아니라 부모가 원할 경우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시범 운영을 시작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점형 시간연장 어린이집은 강제가 아닌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부 반대 의견도 있지만 보육 서비스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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