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신항 건설” 깜짝 발표후 논란 거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9일 03시 00분


“민의 무시한 일방통행식 행정”… 어민-선주-시민단체 강력 반발
원지사는 “중단없는 추진” 밝혀

제주도가 제주 신항(新港) 계획을 ‘깜짝 발표’한 뒤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상 인프라 확충을 위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해안 매립에 따른 환경 파괴, 어민 생계 위협, 조류 변화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신항 예정지인 제주시 탑동 일대는 1980년대 후반 16만5000m²를 매립하는 과정에서 큰 홍역을 치렀던 곳으로 또다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는 지난달 22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의 제주 방문에 맞춰 제주시 탑동 앞바다를 메워 신항을 개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공개했다. 해수부가 내년 3월까지 확정하는 제3차 항만기본계획 수정안에 포함시키기 위한 것이다. 기본계획에 반영해야 예비타당성 조사와 예산 확보, 실시설계 등을 거쳐 4, 5년 뒤에 착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완공까지는 착공 이후 10∼15년이 걸린다.

제주지역 해양물류의 70%를 담당하는 제주항이 포화상태를 보여 신항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18일 오전 드론(무인비행장치)을 이용해 촬영한 제주외항 모습. 드론오렌지 제공
제주지역 해양물류의 70%를 담당하는 제주항이 포화상태를 보여 신항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18일 오전 드론(무인비행장치)을 이용해 촬영한 제주외항 모습. 드론오렌지 제공
○ 신항 논란 거세

제주시 어민, 선주와 시민사회단체는 “민의를 무시한 일방통행식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5일 “제주항의 재배치와 현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가 미흡하다. 일방적으로 구상이 세워지고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작 탑동 매립을 통해 이득을 보는 집단은 항만사업에 참여하는 대기업 건설사와 해수부 중심의 이권단체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신항 개발에 ‘중단 없는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원 지사는 “지금의 제주항은 배후용지가 없어서 물류기능을 키울 수 없고 선적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일부 단체가 환경 파괴 문제를 제기하는데, 배후용지 환경파괴 없이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면 받아들이겠다”고 정면 반박했다. 원 지사는 “탑동을 매립하고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간 수십억 원의 보수비용이 들고 있다. 신항을 조성해 방파제를 바깥쪽으로 크게 치면 물류배후 기능을 수행하고 오페라하우스 같은 대규모 문화상업시설을 운영해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 신항 필요한가

신항은 크루즈 선박 증가 및 대형화, 해양관광 레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다. 기존 제주항 외항은 항내 수역이 좁아 15만 t 이상 대형 크루즈선이 이용할 수 없고 내항은 선석이 포화 상태여서 신규 카페리 선박 취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신항은 항만시설 45만8000m², 배후시설 88만5000m² 등 모두 141만 m² 규모로 조성된다. 방파제 2400m가 건설되고 초대형 크루즈 터미널을 비롯해 국내여객터미널, 비즈니스호텔 등이 들어선다. 크루즈 부두에는 22만 t급 1선석, 15만 t급 2선석, 10만 t급 1선석 등을 갖추고 국내여객부두에 9선석을 구축한다. 신항이 들어서면 기존 제주항 내항은 오션파크, 마리나시설, 컨벤션 등 해양친수문화지구로 조성하고 외항은 화물부두 및 해경과 관공선 부두 등 물류복합지구로 활용한다.

신항은 공영개발로 추진한다. 항만기반시설은 국가 재정사업, 부두 관련 배후용지는 공영개발 및 민간투자 방식으로 각각 진행한다. 제주도 김시만 해운항만과장은 “신항 개발 사업 주체가 제주도이기 때문에 개발사업자 특혜 논란을 차단할 수 있다. 공영개발은 개발이익을 공공 부문에 재투자하게 돼 궁극적으로 제주도와 도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23일 제주시 연동 농어업인회관에서 2차 공청회를 열어 매립면적을 축소하고 탑동 해변을 일부 복원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신항#깜짝 발표#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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