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투석실도 뚫려… 메르스 취약 질환자 111명 노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9일 03시 00분


[메르스 한달]강동경희대병원 투석환자 확진 비상

강동경희대병원 메르스 병실, 다른 병실과 복도 함께 써 메르스 환자가 입원 중인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 음압병실. 이 병원 음압병실의 복도는 다른 환자와 방문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감염 사태 발생이 우려된다. 보건의료계에서는 음압병상이 있는 병동 복도는 감염 사태 예방을 위해 비의료진의 이동은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메르스 병실, 다른 병실과 복도 함께 써 메르스 환자가 입원 중인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 음압병실. 이 병원 음압병실의 복도는 다른 환자와 방문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감염 사태 발생이 우려된다. 보건의료계에서는 음압병상이 있는 병동 복도는 감염 사태 예방을 위해 비의료진의 이동은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을 이용한 환자(165번)가 18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투석실을 중심으로 대량 감염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메르스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기저질환으로 신장질환을 앓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165번 환자로부터 다른 신장질환자들이 감염됐다면 생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 165번 환자 감염 경로 못 밝혀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165번 환자의 감염은 76번 환자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76번 환자는 5, 6일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과 입원실을 거쳐 6일 오전 건국대병원으로 옮겨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강동경희대병원 측에 따르면 76번 환자와 165번 환자가 강동경희대병원에 함께 있던 시간은 5일 오전 약 2시간 동안이다.

하지만 76번 환자가 머문 응급실은 165번 환자가 치료를 받은 투석실과 입구가 달라 두 환자가 동선이 겹칠 가능성이 낮다. 공조시스템도 두 곳이 분리 작동돼 공기를 통한 전염 가능성도 낮다. 대책본부 측은 “아직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애초 보건당국과 병원 측은 76번 환자와 접촉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165번 환자를 격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 76번, 165번 환자 후속 조치 엉망?

18일 강동경희대병원을 방문한 한 인사의 제보에 따르면 165번 환자의 감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65번 환자와 접촉 가능성이 있는 투석실 이용 신장질환자에 대한 격리 등 후속 조치도 제대로 안 됐다는 지적이다. 165번 환자가 투석을 받은 12, 15일 같은 곳에서 투석을 받은 일부 환자의 경우 18일 오후 현재 아직 격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투석실 이용 환자의 한 가족은 이날 “아버지가 12, 15일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에 갔었는데, 보건소에서 자가 격리하라는 통보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 가족도 12일부터 18일까지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했다.

당초 병원은 7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7일 이후 밀접 접촉자 등을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의료진과 환자 239명이 격리됐다. 하지만 165번 환자는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76번 환자와 165번 환자의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면, 165번 환자가 격리되지 않은 이 병원의 다른 의료진에게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또 165번 환자가 강동경희대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투석실 통한 대량 감염?

165번 환자는 병원에서 여러 차례 투석치료를 받았다. 이에 따라 투석실을 이용한 다른 환자의 대량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8일 현재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을 이용하는 환자는 모두 111명. 투석은 보통 주당 3회 실시하며, 한 번에 4∼5시간이 걸린다. 65번 환자가 투석실을 오염시켰다면 장시간 투석 받은 다른 환자의 감염 가능성도 높다.

만약 다른 신장질환자들이 감염됐다면 생명의 위험이 크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일 “사우디에서는 환자 절반가량이 만성 신부전증 환자였다. 이들이 상태가 악화되면서 사망률이 올랐다”고 했다. 우리도 신장질환자들이 다수 감염된다면 사망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병원 측은 “투석실을 이용한 111명 전원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님으로 알려진 165번 환자가 16일 입원 전에 강원 오대산 일대 사찰에서 법회에 참여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병원 관계자 따르면 165번 환자는 입원 전에 미열이 있는 상태였다. 이 법회에 많은 신도가 참여했다면 밀접 접촉자 중에서 추가 감염자들이 나올 수도 있다.

민병선 bluedot@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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