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파장]정부 긴급지원비 부작용 속출
“기침 나고 가래” 보건소 찾아 생떼… 음성판정 나면 벌컥 화내며 억지
전남 보성 자가격리 일가족 7명은 기초수급자라 지원 제외돼 발동동
메르스 자가 격리자가 1만1000명(해제된 4000여 명 포함)을 넘어서면서 이들에게 지원되는 긴급 생계비를 둘러싸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긴급 생계비를 받으려고 허위로 의심 증세를 신고하는가 하면 반대로 재산 노출을 우려해 지원을 거부하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다.
○ 생계비 때문에 막무가내 ‘격리 요구’
18일 충북의 한 보건소에 따르면 A 씨는 9일 “기침이 심하게 나고 가래까지 끓는다. 메르스에 걸린 것 같다”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그는 두 번에 걸친 검체 검사 결과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 11일 보건소가 결과를 통보하자 A 씨는 도리어 화를 냈다. 그는 “내가 병원 직원이라 잘 아는데 분명 검사가 잘못됐다”며 “이틀간 병가를 내 손해가 크다. 긴급 생계비를 받을 수 있도록 격리 대상자에 넣어 달라”며 억지를 부렸다. 보건소 측이 관련 규정을 설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심지어 그는 “함께 사는 아내라도 먼저 격리 대상자로 지정해 달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A 씨가 생떼를 쓴 시점은 정부가 긴급 생계비 지원 계획을 발표한 직후. 10일 정부는 메르스로 입원하거나 자택 및 시설에 격리된 사람이 신청할 경우 1인 가구 40만9000원, 2인 가구 69만6500원, 3인 가구 90만1100원, 4인 가구 110만5600원 등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1일에는 B 씨가 이 보건소를 찾아와 “대전 을지대병원 응급실에서 90번 환자 옆에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격리 대상자로 넣어 달라”고 요구하며 “그런데 긴급 생계비를 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하지만 90번 환자가 을지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던 8일 병원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B 씨는 병원에 없었다.
해당 보건소 관계자는 “생계비 지원 소식이 알려진 후 의심 증상이 있다는 신고가 부쩍 늘었다”며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전화로 통보하면 기뻐해야 정상이지만 오히려 욕설을 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아마 생계비 등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재산 드러날까 ‘지원 거절’
자가 격리 대상자이면서 긴급 생계비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전남지역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지자체의 지원을 거부한 사람이 18일 현재 7명에 이른다. 전남도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거나 생계비 지원을 위한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재산 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긴급 생계비가 절실한 사람들이 규정에 가로막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확인됐다. 전남 보성군의 A 씨(64) 가족 7명은 10일부터 자가 격리 중이다. 정부의 규정대로면 A 씨 가족에게는 171만9000원(1개월 기준)이 지급돼야 한다. 하지만 이 가족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의료·교육비를 지원받는 ‘조건부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이미 긴급 생계비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번 자가 격리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A 씨의 자녀 5명은 모두 학생이다. 가장인 A 씨가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보성군은 2주간 수입이 막힌 A 씨 가족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별도의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성군 측은 “후원을 받게 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고 했다. 전남도는 지금까지 자가 격리자 168명에게 긴급 생계비 5100만 원을 지원했지만 이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10명은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7일까지 3900여 명에게 약 25억 원의 긴급 생계비가 지급됐다. 각 지자체가 관할 보건소로부터 격리 대상자 명단을 받아 당사자에게 연락한 뒤 곧장 은행 계좌로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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