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열린 음압병실

메르스 사태 한달… 강동경희대병원 환자 부실관리 실태
[1]복도앞 통제 안하고 의료진은 방역복도 안 입어
[2]같은층 보호자들에겐 “다른 병동 옮겼다” 거짓말

지난달 20일 국내 첫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발생 이후 메르스 사태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데도, 의료 현장에서는 감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165번 환자(79)가 입원한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 12층 음압병실은 구조가 감염에 취약했다. 이날 오후 병원을 방문한 한 인사는 “12층 음압병실 앞 복도는 전혀 통제가 되지 않고 있으며, 음압병실 문이 잠시 열린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복도로 통하는 계단과 엘리베이터도 누구나 통행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165번 환자와 근접해 있는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통제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선 같은 층에 입원한 환자와 보호자들의 감염 우려가 크다.

음압병실이 이중문 구조가 아닌 것도 문제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의사는 “음압병실 문이 이중구조가 아니면 꼭 닫아야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옆 병실엔 다른 환자가 입원 중이었다.

의료 인력과 다른 환자에 대한 방역 조치도 부실했다. 하지만 강동경희대병원의 경우 메르스 환자를 보는 의료진은 음압병실에 들어갈 때만 방역복을 입고 병실에 나오기 전에 방역복을 벗고 나오기 때문에 메르스를 보지 않는 의료진은 방역복 차림을 하지 않는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165번 환자가 확진을 받고 이날 12층 병실에 있었는데도 병원 측이 같은 층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이 사실을 숨긴 것도 문제다. 12층 입원 환자의 한 보호자는 “17일 오후 5시경 외출 뒤 돌아오니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12층에서 발생했다’고 했다. 확진 직후 다른 병동으로 옮겼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65번 환자는 당시 12층 병실에 있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같은 병동의 환자, 보호자 그리고 간병인에게 ’메르스 확진자가 나와 메르스 중점치료병원에서 연락이 오면 이송 예정‘이라고 병동 간호 파트장이 일대일로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가 지정 메르스 치료병원이 아니면 음압병실은 이중문 구조가 아닌 곳이 대부분”이라며 “환자는 발열이 나타난 16일부터 12층 음압병실에 입원시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님으로 알려진 165번 환자가 16일 입원 이전에 발열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었는데도 오대산 일대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져 추가 감염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아산충무병원 간호사 5명 1차 양성 ▼

한편 119번 확진 환자(35·경기 평택 경찰관)가 경유한 충남 아산시 아산충무병원에서 18일 간호사 5명이 메르스 1차 검사에서 의양성 판정을 받았고 다른 간호사 5명도 의심 증상을 보였다. 이들이 그동안 환자 38명을 돌봐 왔고 보호자 10명도 환자들과 같이 생활했기 때문에 추가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병선 bluedot@donga.com·천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