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잠복기에 제주 여행을 떠나 제주도를 ‘초토화’시킨 141번 환자는 누구일까. 올해 42세인 그는 지난달 27일 외래환자인 아버지를 모시고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13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 병원(삼성서울병원) 의사의 메르스 감염을 공개한 다음 날인 6월 5일부터 8일까지 그는 아내, 아들, 친구 가족 등과 신라호텔에 머물며 뷔페식당 등에서 식사하고 렌터카로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승마장도 방문했다.
▷제주도는 발칵 뒤집혔다. 접촉자들은 격리되고 삼성서울병원을 보며 ‘앗 뜨거워라’ 한 신라호텔은 자진폐쇄했다.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자 가운데 한 명도 감염되지 않은 삼성서울병원 의사 사례를 보면 141번 환자가 제주도에 메르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호텔방을 함께 이용한 아내와 아들에게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 그러나 메르스에 대응하는 자세는 두 사람이 하늘과 땅 같은 차이를 보인다.
▷서울로 돌아와 몸에 이상을 느낀 141번 환자는 12일 관할 보건소에 의심 증상을 신고했으나 구급차를 기다리는 대신 택시를 타고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갔다. 여기까지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어진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판정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두고 병원이 치료를 거부한다고 생각한 그는 격리치료실 걸쇠를 부수고 탈출해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만류하는 의사들에게 “바이러스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는 폭언을 퍼부었다. 이로 인해 의사 3명과 택시운전사까지 격리됐다.
▷이 환자는 지금까지 일탈행위를 저지른 사람들과 달리 4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다. 서울 강남의 도곡동에 거주하고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이용했으며 신라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보아 경제적 여유도 있다. 일각에선 강남 유흥가도 비상이라는, 진위를 가릴 수 없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돌이켜 보면 메르스는 당사자에게도 날벼락임에는 틀림없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으로 이웃과 사회에 피해를 끼치는 일은 이제 그만 사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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