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의 호언장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평택성모병원에서는 다른 병실에 있던 환자들이 감염됐다. 삼성서울병원에서도 14번 환자가 응급실 밖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모두 초기 역학조사관 인력과 전문성 부족이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국내 역학조사관들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왜 최정예 요원이 될 수 없는 걸까.
정부는 1999년 제도 도입 직후만 해도 공보의의 자원을 받아 시험과 면접을 거쳐 역학조사관을 선발했다. 2001∼2004년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한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45)는 “질병 치료보다는 예방이 관심이 많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전 세계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할 때, 공항에서 방역복을 입고 환자를 맞이한 뒤 격리병원에 옮기는 역할을 했다. 3주가량은 집에도 안 들어가며 매일 환자를 돌보고 건강 상태를 체크했다. 결국 환자 4명은 합병증 없이 쾌유됐고, 감염이 확산되지도 않았다.
문제는 정부가 이처럼 열의가 있는 공보의를 역학조사관으로 ‘선발’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2007년 공보의 배치시험 오류가 발생한 뒤 (공보의) 지역 배치가 추첨 방식으로 바뀌었다. 2008년부터 역학조사관도 추첨 방식으로 뽑는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이종구 서울대 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소장은 “역학조사는 본인의 열의가 가장 중요한데, 사람을 잘 뽑으면 제도가 얼마든지 잘 굴러간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오면 조직에 대한 충성도나 학문적 열의가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역학조사관의 수도 적다. 메르스 확산 직후 국내의 역학조사관은 총 34명. 이 중 32명이 공보의였다. 역학조사관이 주로 복무기간이 1∼3년에 불과한 공보의로 채워질 경우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부족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일사불란한 군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달 16일에야 역학조사관 90명을 충원했다고 밝혔다. 미국 CDC의 경우 역학조사관만 300여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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