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t 화물트럭, 대낮 음주 운전으로 교통사고…일가족 2명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2일 18시 34분


19일 오후 5시 45분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 해산IC 인근 4차선 자동차 전용도로.

A 씨(39)가 몰던 22t 화물 트럭이 여수에서 순천 방향 내리막길 도로를 좌우로 오락가락 불안하게 질주했다. 전조등을 켜고 갈지(之) 자로 달리던 트럭은 갑자기 2차선에서 1차선으로 끼어들면서 앞에서 서행하고 있던 B 씨(34)의 아반테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트럭은 아반테 승용차 우측 후미를 추돌한 뒤 급하게 오른쪽으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3차선에서 달리던 스타렉스 승합차의 좌측 차체를 스치듯 긁었다. 트럭은 다시 왼쪽 1차선으로 진행 방향을 급히 변경했다. 그러나 트럭은 사고 충격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춰 서 있던 아반테 승용차를 또 다시 추돌했다. 트럭이 아반테 승용차를 91m정도 밀고가면서 도로 바닥에는 시커먼 타이어 자국이 남았다.

아반테 승용차에는 운전자 B 씨와 부인(32) 딸(2) 등이 타고 있었다. 사고 당시 B 씨의 부인은 조수석 뒷좌석에서 어린 딸을 꼭 껴안고 있었다. 영업사원인 B 씨는 19일 아침 여수 출장에 바다가 보고 싶다는 가족을 데리고 갔다가 광주 집으로 귀가하던 길에 날벼락을 맞았다.

사고 직후 B 씨는 여수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B 씨는 19일 오후 7시경 병실에서 정신을 차린 직후 경찰관에서 “딸의 상태는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 아내와 딸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B 씨가 애타게 가족 안위를 묻자 경찰관은 머뭇거리며 “다른 병실에 있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아무 말이 없이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B 씨는 22일 치러진 아내와 딸 장례식도 참석하지 못했다. 느닷없이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한 B 씨는 광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대낮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 일가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로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사고 직후 A 씨를 상대로 혈중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0.163%로 만취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음주운전은 한 가정을 파괴한 살인행위”라고 말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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