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지난 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1989년 발표된 가수 김현철의 노래 ‘춘천 가는 기차’의 일부다. 세월이 흘렀어도 이 노래가 여전히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처럼 춘천 가는 기차의 인기 역시 여전하다. 경춘선 열차는 지금의 4050세대에겐 추억과 낭만의 대상이다. 대학 시절 모꼬지(MT), 연인과의 데이트를 위해 각광받던 코스. 주말이면 청평, 대성리, 강촌을 오가던 젊은층으로 경춘선 열차는 항상 북적였다.
○ 평일엔 통근열차, 주말에 관광열차
이 구간을 다니던 비둘기호, 통일호, 무궁화호에 이어 지금은 ‘ITX-청춘’이 서울 용산역에서 청량리역을 거쳐 춘천역까지 운행되고 있다. ITX-청춘은 이름부터 그럴싸하다. 옛 경춘선 운행 구간인 청량리와 춘천의 앞 글자를 따온 데다 젊은층이 애용하던 특성도 잘 반영됐다는 평을 듣는다.
용산역에서 춘천역까지 운행 시간은 약 1시간 10분. 주중엔 하루 40회, 주말과 휴일에는 54∼60회 운행한다. 이용객도 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개통 첫해인 2012년에는 366만 명, 2013년 558만 명, 지난해에는 614만 명으로 늘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262만 명이 이용했다. 하루 평균 6000여 명에서 1만 명으로 늘어난 것.
평일에는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통근 및 통학용으로 많이 이용하지만 주말과 휴일이면 관광열차로 변한다. 역 주변의 유원지나 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최근에는 자전거 동호인들도 급격히 증가했다. 춘천 의암호와 북한강변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는 코스가 편한 데다 경치도 뛰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더욱이 ITX-청춘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칸이 마련돼 있는 데다 춘천역이나 남춘천역에서 내리면 자전거도로로 접근하기도 쉽다.
○ 기름 쏙 뺀 숯불닭갈비 인기몰이
춘천을 찾는 이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춘천 대표 먹을거리인 닭갈비와 막국수. 주말 저녁시간 직후 용산행 ITX-청춘 객실에서는 닭갈비 냄새가 진동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춘천역에서는 명동 닭갈비 골목이, 남춘천역에서는 온의동 닭갈비 거리가 가깝다.
닭고기와 각종 채소, 양념을 버무려 둥근 모양의 철판에 구워 먹는 춘천닭갈비는 이미 전국에 퍼져 있지만 원조 고장에서 먹는 맛은 남다르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깊게 밴 쫄깃한 속살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에 충분하다. 보통 1인분에 1만∼1만1000원. 닭갈비를 먹은 뒤 사리(국수)나 밥을 볶아 먹어도 일품이다.
최근에는 숯불닭갈비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닭갈비 전체에 양념을 입혀 숯불에 구워 내면 기름이 쏙 빠져 담백하다. 최근 숯불닭갈비 전문 업소들이 많이 생겼다.
닭갈비와 함께 춘천 양대 먹을거리인 막국수는 ‘막’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엉뚱한 작명설이 있지만 춘천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다. 막국수는 메밀가루를 반죽해 국수틀로 뽑아 삶아낸 것. 여기에 동치미국물이나 육수를 붓고 양념을 곁들인다. 향긋한 메밀 향과 시원한 국물 맛이 어우러져 별미다. 이 밖에 춘천에서는 주변 강과 호수에서 잡아 올린 민물고기로 끓여 낸 매운탕과 회도 강추할 만하다.
21일 춘천을 찾은 김정수 씨(47·서울 용산구)는 “당일 기차 여행지로 춘천만 한 곳은 없을 것”이라며 “춘천은 교통체증 걱정 없이 놀거리와 볼거리,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최고 매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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