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마디]구직자 두 번 울리는 기업 이기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0일 03시 00분


대기업 인턴이던 A 씨는 갑작스레 소집 통보를 받았다. ‘이번 주 일요일에 모든 인턴사원들은 반드시 ○시까지 △△로 오시기 바랍니다.’ 그날 인턴사원들은 회사 측이 제공하는 영화 감상과 맛있는 식사를 하며 여유를 누렸다.

이 기업은 왜 갑자기 일요일에 이런 행사를 준비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날은 다른 대기업의 직무적성검사가 전국적으로 실시됐기 때문이다. 혹여 이 대기업에 입사하려는 인턴사원이 있을까 봐 모든 인턴사원을 집합시켰던 것이었다. 게다가 일방적 통보였고 오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 기회를 박탈할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 모든 인턴사원은 주말 계획이 틀어졌고 다른 대기업 지원 기회도 놓치고 말았다.

나는 이를 보며 이제는 구직의 자유마저 빼앗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업 쪽에서 보면 큰 비용을 들여가며 뽑고 교육한 인턴사원이 다른 회사로 가버리면 꽤 큰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이해는 간다. 하지만 백 퍼센트 정규직을 보장하지도 않으면서 구직자의 자유를 막는 것은 올바른 것일까. 나는 오히려 다른 대기업을 시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집 통보는 그 대기업에는 절대 가지 말라는 신호로 보였기 때문이다.

인턴사원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회사에 충성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 인턴사원들이 바라는 것이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인지, 아니면 초조해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배지훈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인턴#대기업#직무적성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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