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연구원(로클러크) 출신 변호사가 자신이 근무했던 재판부의 사건을 맡은 데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해당 변호사와 법무법인(로펌)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청구했다.
서울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30일 법무법인 태평양과 소속 변호사 A 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대한변협에 징계를 청구했다. 지난해 8월 태평양과 A 씨를 ‘변호사가 공무원으로 재직할 때 직무상 취급하게 된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한 변호사법 제31조를 위반한 혐의로 서울변호사회 조사위원회에 넘긴 지 11개월 만이다. 징계 수위는 대한변협이 결정하게 된다.
지난해 태평양은 포스코 ICT와 공정거래위원회 간 담합에 의한 시정명령 및 10억2000여만 원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기업 측을 대리하고 있었다. 이 사건은 2013년 12월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에 배당됐고 당시 A 씨는 이 재판부에서 로클러크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후 태평양에 입사한 A 씨는 2차 변론기일부터 이 사건을 맡았다. 서울고법도 변호사법 위반 소지로 담당 재판부를 교체하는 등 선고 직전까지 갔던 재판을 다시 시작했다.
태평양 측은 조사위에서 “A 씨가 로클러크로 재직 중 이 사건에 관해 어떠한 형태로든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며 “문제가 제기되자마자 즉시 담당 변호사 지정철회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변호사회 조사위는 “로클러크가 재직 시 직접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취급할 개연성만 있어도 변호사법 제31조 1항 3호에서 수임을 제한하고 있는 사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변호사법 제31조 1항 3호에 따른 수임제한이 해당 변호사에게만 그치지 않고 로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점도 법조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관 변호사의 영입 전에 변호사가 소속됐던 재판부의 사건을 수임한 게 있다면 로펌은 해당 사건에서 사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변호사회 조사위는 “법무법인은 하나의 변호사로 봐야 하기 때문에 법무법인 자체가 이 사건을 수임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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